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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Dec 16. 2020

내가 힘들 때 꺼내 보는 글


 대개 힘든 일이 있을 때 친구들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면서 푸는 편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것들, 짐을 좀 같이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들. 그럴 때 나는 그냥 무조건 보고 읽는다. 긴 드라마를 보거나 두꺼운 책을 읽거나 내가 쓴 글들을 읽으면서 그것들과 나눈다. 그런 일들이 정말 별로 없지만, 있을 때도 있다.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 하다가 또 공책을 뒤적뒤적거린다. 쭈욱 읽어내리다가 뜨끔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내 마음을 다 보인 것 같아 부끄럽다.


오지도 않은 까마득한 미래가 걱정돼서 잠을 못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걱정하던 일들이 막상 다가왔을 때에는 담담히 견딜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버틸 수 있는 나이가 된다. 그때가 되면 그저 조용히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이다.


 언젠지 모르게 걱정이 많던 때 적어놨던 글인데, 며칠 전에 보고는 지우려다 그냥 뒀다.

그럴 수 없다는 일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조용히 지나갈 수 없는 일들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

시간이 흐르면서 내 생각이 바뀌는 것처럼 내 글들도 변하겠지.


어느 송이는 만개하고, 어느 송이는 아직 봄이 온지 모른다는 듯 잔뜩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

 다 잊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해줬으면 해.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장강명 <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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