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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Sep 23. 2023

엄마표를 꿈꾸게 된 이유

대학입시가 전부였던 우리. 여전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키우고 싶었다.

나의 첫 직장은 창의력 학원이었다. 대치동과 분당에 지점을 두고 있었고 당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기관이다.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수업에 들어와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수업시간이 되었지만 피곤한 아이는 수업에 집중할 컨디션이 아니었다.


"00야. 어디 아프니?"

"공부를 많이 해서 힘들어요."

"여기 오기 전에 어디 다녀왔어?"

"학습지랑 영어 학원이요."

"많이 피곤해? 이제 수업 시작이라 일어나야 해."

"네. 그나마 여기는 쉴 수 있어서 좋아요."


수업을 하며 아이와 이야기해 보니 학습지를 포함하여 총 7~8개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내가 근무했던 기관은 국영수가 아닌 창의력 학원으로 아이에게는 공부하는 공간이 아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오자마자 긴장이 풀렸던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아이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대치동 다음으로 교육열이 강했던 그 지역에서 사는 아이들 대부분은 유치원생부터 하루 일과가 빡빡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대형 재수학원 본사 학습콘텐츠 팀에서 학습 동기를 향상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한 번은 어떤 검사를 기반으로 진로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약 100여 명 되는 학원생을 상담했는데 대부분이 4~6등급 학원생들이 찾아왔다. 그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누가 옆에 앉아서 저를 공부만 하도록 잡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어려워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대부분의 학원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초등 시절부터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었으나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답답해하는 학원생을 위로하며 EBS <공부의 왕도> 프로그램에서 나온 과목별 학습 방법을 정리한 유인물과 학생 성향에 맞는 학습법과 목표 대학 학과를 설정해 주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교육업체에서 근무하다 보니 위와 같은 상황을 종종 겪었다. 학생들은 공부할 의지가 없지만 많은 돈을 지불한 부모의 성화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도장을 찍듯 몸 따로 영혼 따로 강의실에 앉아만 있다 간다. 학원 강사는 어쩔 수 없이 공부 잘하는 소수 학생의 진도에 맞춰 가르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원 임대료 내주는 들러리에 불과해진다. 우리가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학 입시만을 위한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도 그랬고 누군가의 엄마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아이에게 공부를 시켜야 하는 거라면 학원보다 가정에서 해주고 싶었다. '중고등학교 진도는 어렵더라도 초등학교 진도까지는 내가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무모한 생각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마침 육아의 세계가 열릴 때 우리나라는 '엄마표 00'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엄마표'는 대부분이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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