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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Sep 25. 2023

책육아의 시작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네.

  본격적인 책육아의 시작은 첫째 아이가 돌 즈음 되었을 때. 그전까지 아이에게 책이란 물고 빠는 빨간색 코끼리 모양의 헝겊 인형이 전부였다. 그러다 출산 전에 가입했던 카페에서 '하은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만 열심히 읽어줬는데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자라났다고 입소문 나면서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육아 초보인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고 다음 날 바로 하은맘이 쓴 책을 보기 위해 서점으로 향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쇼핑몰에 서점이 있어 아점을 챙겨 먹고 버스를 탔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책 읽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하여 유모차를 대여해 쇼핑몰을 맴돌다가 아이가 낮잠에 들 즈음 서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은맘'의 책은 이미 인기도서였는지 서점 매대에 찾기 쉽게 전시되어 있었다.


《지랄 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표지를 처음 본 순간 좀 놀랐다. '지랄 발랄'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쓰다니! 절대 까먹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제목이 적힌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을 참 잘 만드셨다. 눈에 확 띄게!)

 


"책은 내면이 강하고 안정된 아이,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함을 지닌 아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고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전인격적인 인물로 자라나게 하는 동력이다."

                                                                                《지랄 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본문 중에서


그 책을 읽은 이후로 '책 읽어주기'를 우선시하는 엄마들의 육아 후기를 읽으며 목에서 쇠맛이 날 때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책육아 시작하기로 다짐 후 약 5년 후


알람까지 설정하며 구매한 중고책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큰 아이는 책과 친해졌다. 내가 하는 책육아는 별거 없었다. 시간과 에너지가 날 때마다 책을 읽어주고 잠자리에서도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좋은 말로 하면 우직하게, 나쁜 말로 하면 미련하게. 그림책을 함께 보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특정 인물 또는 물건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펼쳐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책은 아이의 생활권에 완벽하게 흡수되었다. 문제는 내 체력이었다.


  큰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잠이 적었다. 산후 도우미 이모님도 큰 아이를 며칠 돌보시더니 "이렇게 잠이 없는 신생아는 처음 본다."라는 평을 남기셨다. 커갈수록 통잠(밤에 잠들어서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드는 것) 시간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수면 시간이 적었다. 6시에 일어나 꿀잠 자는 나를 깨워 책을 읽어달라며 조르고 잠자기 전에는 2시간 가까이 책을 읽어줘도 눈빛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났다. 똑같은 책 2~3권을 대여섯 번씩 읽어주려니 지겨워서 몸이 베베 꼬다. 어떤 날은 책 읽어주다가 너무 졸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는데 아이가 눈을 뜨라며 손가락으로 내 눈을 벌려주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먼저 책육아라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책을 더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에너지가 적은 엄마는 휴식이 간절했다.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란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면서도 책육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조금씩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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