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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Oct 05. 2023

'엄마 노가다'를 아시나요?

뭐 다 엄마의 욕심이지.

  '독서'라는 행위가 아이들 생활 전반에 스며드니 '책육아'에 대한 결과물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더 나은 '엄마표 교육'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독서뿐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 등 '놀이'라는 단어가 더해진 다양한 교육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블로그를 검색하고 관련된 지식 및 '엄마표 00' 후기가 많은 카페에 가입했다.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커져갔다.


  당시 내가 따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엄마 노가다'. 줄여서 '엄가다'를 실천하는 자들이었다. 사회, 과학 관련 도서를 읽은 아이들이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는 미니북(워크북 형식)을 만드는 것이다.  (미취학 아이들이 읽는 전집은 대부분 사회, 과학 영역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이왕 책을 읽었으면 그 안에 담긴 지식까지 습득하기를 원하는 엄마의 사심이 가득한 미니북.


미니북은 대부분 팝업북처럼 구성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의 눈길을 잡아야 하므로 떼었다 붙였다 하거나 팝업 카드처럼 만드는 것이다. 엄가다 고수들이 만든 PDF 자료를 카페 회원들이 구매하여 이메일로 받은 파일을 프린트 한 뒤 가위로 자르고 코팅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한 권이 완성된다. 카페 후기를 보면 엄마가 만들어 준 미니북으로 독후활동을 즐겁게 했다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그만큼은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재주도 없고 느리지만 엄마가 만든 결과물을 즐겁게 사용해 줄 거라 찰떡같이 믿고 엄가다에 돌입했다. 자르고 코팅한 뒤 또 자르고 페이지에 맞게 붙이고 자르고를 2시간 넘게 노력한 뒤에 겨우 한 권의 미니북을 완성했다. 앞으로 10권 넘게 만들어야 하지만 뿌듯했다. 큰 아이의 하원 시간이 기다려졌다.


'아이가 당연히 좋아해 주겠지?'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남겨야지.'

'책 다시 읽어주고 활용해 봐야지.' 


혼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듯 아이와 즐겁게 독후활동을 하는 그림을 상상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내가 힘들게 만든 결과물에 아이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미니북을 펼쳐 연기자처럼 과장스럽게 읽어주었지만 아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데 왜 안 하지?'

'다른 집 애들은 잘만 하는데 그동안 독후 활동 없이 책만 읽어준 것이 문제인가?'


육아와 집안일로 바쁜 와중에 힘들게 만든 나의 수고로움을 아이가 응답해주지 않자 부정적인 마음이 커졌다. 손가락 통증까지 참아가며 만든 것인데 인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그에 대한 속상함과 짜증이 아이에게로 향했다. 


"왜 이거 안 해?"

"이거 끝까지 엄마랑 해보자."


달래기도 하고 강요도 해보았지만 아이는 책 읽는 것만 요구할 뿐 내가 만든 미니북은 찾지 않았다. 4번째인가 5번째 미니북을 만들다가 현타가 왔다. 책육아는 아이가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건데 나는 이런 고생을 왜 사서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이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일까? 등등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결국 내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아이의 칭찬(사실 엄마에게 해주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엄가다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난 엄가다를 포기했다. 이전처럼 아이가 놀 때 필요하거나 읽으면 좋을 책을 찾아주는 엄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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