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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Oct 06. 2023

책육아하면서 반드시 지켰던 규칙

초보 엄빠에게 권하고 싶은 영상 노출에 관한 규칙

  2012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큰 아이가 태어난 해에는 핸드폰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일상을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혼자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작은 기계가 갖는 영향력은 엄청났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카트에 탄 채 작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식당에 앉으면 아이 앞에 동요 영상을 틀어주는 부모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영상 노출에 대한 고민이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돌잡이 아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라 이런 고민은 당연한 것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늘 하던 고민이었다. 


육아 및 교육 서적 또는 교육 전문가들은 만 3세 이전에는 영상을 멀리하라고 했지만 엄마인 내게 너무 가혹한 조언이었다. 집에서만 30분 내외로 뽀로로 등의 영상을 보여줬다. 외출 시에는 사진을 함께 보는 것 외에는 폰을 꺼내지 않았으며 바깥세상에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아이의 시선을 유도했다. 10년 동안 책육아하면서 아니 아이들을 키운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은 바로 미디어 멀리 하기이다.


엄마 아빠의 작은 휴식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영상 노출이 없어도 밥 잘 먹고 외출 시 잘 다니는 비법(?)을 공개한다. 그 비법은 바로 규칙 만들기이다. 나는 영상 노출과 관련된 총 3가지의 규칙을 정했다.


지쳐있는 엄마에게 책을 읽어줬던 1호. 글자를 몰라 그림만 보고 이야기 지어내는 중



1. 외출 시 보따리는 항상 무겁게!


운전면허가 없던 나는 두 아이와 외출할 때면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2~3권과 이면지, 색연필을 간식과 함께 백팩에 담아 길을 나섰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 짐은 더 늘었지만 여전히 외출 가방 안에는 그림책과 색연필이 담겨있었다.


아이와 함께 탄 버스에서는 창 밖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고 지루해하면 색깔 찾기, 구름 모양 찾기 등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놀이를 함께 찾았다. 지하철에서는 챙겨 온 그림책을 작은 소리로 읽어주기도 하고 사람이 많으면 그림만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둘째는 큰 아이에 비해 그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했었는데 그럴 때는 아이를 안고 지하철 안에 붙어있는 광고나 창밖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대중교통으로 버티다가 둘째가 3살이 되면서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운전면허를 따고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차에 실으면 되니 짐은 더 늘어났다. 보드게임과 스케치북이 추가로 짐가방에 담겼다. 이케아나 대형 쇼핑몰에 종종 갈 때면 신랑과 나는 번갈아 아이들을 돌보며 쇼핑 시간을 가졌다. 신랑의 쇼핑 타임이면 나는 이케아 식당가에 앉아 음식을 사가지고 와 미니 버전의 브루마블을 꺼내어 시간을 보냈다. (당시 이케아는 주말 오전에는 한가했다.) 30~40분 뒤 나의 쇼핑 차례가 오면 신랑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신랑은 주로 아이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하든지 주변 놀이터를 골라 시간을 보냈다.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까지 나의 외출 가방은 봇짐장수처럼 언제나 큰 사이즈의 가방이었고 그 안에는 아이가 영상 없이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2. 외출 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주지 않기


외식을 할 때면 우리 집 아이들이 자주 보이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옆 테이블 또는 앞 테이블 영상 소리에 귀 기울이기다. 어릴 때는 괜찮았는데 크면서 영상을 보며 밥 먹는 또래 친구들을 발견할 때면 영상을 보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챙겨 온 색연필과 종이를 주며 달랬다. 그것으로도 안되면 색종이, 가위, 스티커 등등으로 아이를 달랬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스마트폰을 주지 않겠다는 다짐도 말해주면서.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아이들은 으레 '우리 집은 통하지 않는구나.'를 깨달았는지 더 이상 조르지 않았다.


함께 밥 먹는 일행이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줬을 경우 같이 보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허용했고 그 외에는 외출해서 아이가 폰을 들고 영상을 보는 일은 없었다. 뭐든 처음이 힘들지 아이를 설득하고 달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베트남 여행 갈 때 비행기 안


3. 영상을 보여주기는 했다. 단 거실 TV로만


  큰 아이가 7세 때 ABC 배우면서 처음 패드를 구매하기 전까지는 영상이라는 것은 TV로만 보여줬다. 영상을 아예 보여주지 않는 것은 도저히 못 할 것 같았다. 가뜩이나 껌딱지 모드인 딸내미들인데 뽀통령마저 금지한다면 내가 먼저 녹다운될 게 분명했기에. 엄마도 정신 챙길 시간이 필요하므로 EBS를 틀었다. 뽀로로와 친구들이면 아이들도 나도 행복했다.


유튜브라는 신물물이 등장한 뒤에도 거실 TV로만 영상을 보게 했다. 그 이유는 내가 집안일을 하거나 쉬면서 아이가 보는 영상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잘 걸러주지도 않을 뿐더러 제목이나 썸네일과 달리 아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영상이 간혹 가다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함께 영상을 보지는 않지만 새로운 채널은 내가 먼저 확인하고 통과된 것만 본다. 평일은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집을 푼 뒤에 각각 20분 동안 영상을 골라서 보고 주말은 30분 유튜브 영상 또는 영화 등을 함께 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말은 영상과 게임시간이 좀 더 늘어났다.)


3가지 규칙 중 1, 3번 규칙은 현재 지키지 않는다. 내가 챙기던 외출용 보따리는 아이들이 크면서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했고 두 녀석에서 핸드폰이 생기면서 연필과 공책으로 준비물이 확 줄었다. 5학년이 된 아이는 오디오북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차 안에서 듣기 시작했지만 1박 이상의 여행 준비물에는 반드시 책을 챙긴다. 둘째는 독서보다는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어 두꺼운 연습장과 연필을 챙기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자신만의 만화를 그린다. 

3번 규칙은 명절 때 시댁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영상을 보여주는 신랑 덕분에 깨졌다. 하지만 두 녀석 다 '책'이라는 친구와 친해진 후라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영상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가 편하기 위해 보여주는 것 아닐까?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보여주려고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이미 습관이 들어서 스마트폰 없으면 우는 아이나 먹지 않는 아이를 달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규칙을 세워 엄마 아빠가 지키다 보면 아이도 받아들이게 되어있다. 영상이 아닌 바깥세상에 눈을 돌린 아이는 곧 익숙해진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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