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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라 하지 마

중학생의 수학 첫 단원평가

by 글로다움

지난주 퇴근하자마자 큰 아이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 나 시험 점수 나빠도 뭐라 하지 마."


중학교1학년이라 수행평가만 있을 때인데 시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금 의아했다.


"시험 봐? 2학기때 보는 거 아냐?" 하고 묻자, 아이가 대답했다.


"목요일에 수학 단원 평가본대. 나 70점대 맞아도 뭐라고 하면 안 돼."


아이가 꽤나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미리부터 배수진을 치는 것 보니 말이다.


"네가 그동안 공부 했으면 점수가 어느 정도 나올 거고, 아니면 점수가 낮게 나오겠지."

"친구들이 어렵대."

"공부했으면 70점 이상은 나오겠지. 아무리 어려워도."


그동안 수학 공부 좀 하라고 할 때마다 "다 했어!"라며 당당하게 대답하던 오던 아이였는데, 이번에는 걱정이 한가득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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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아이는 말했다.


"엄마 나 70점도 못 넘을 것 같아."

"너 그동안 공부했다면서."

"공부했어도 못 볼 수도 있는 거지. 친구들이 어렵다고 했어."

"근데 너처럼 공부 적게 하고 시험 잘 보기 바라는 게 이상한 거 아니니? 친구들은 학원가서도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원 숙제한다고 공부했을 텐데."


낸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아이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수학 문제집을 펼쳤다. 평소에는 아무리 책상에 앉아서 하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하던 아이가 스스로 책상에 앉는 걸 보니 신기해서, 조용히 칭찬해 주고 방문을 닫았다.


'아...... 이번 수학 점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차라리 이번 시험에서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아오는 게 아이에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중간하게 본인이 기대한 점수나 그 이상을 받으면, 아이는 지금의 공부 방식과 시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사실 중학교 1학년의 단원평가 점수가 뭐 그리 중요한가. 이번에 점수가 낮으면 다음 시험 때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지. 다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는 있었다.


공부하던 딸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 어렵거나 뭐 그런 거."

"개념은 알겠는데 문제를 풀면 모르겠어."


순간 속으로 '어머나! 그거는 모르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험 앞둔 아이에게 뭐라 할 수 있을까.

속이 답답해도, 그건 내 감정일 뿐.


결국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응원해 주는 수밖에.

이 시간 또한 아이에게 자양분이 될 경험이 될 것임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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