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단원평가 기준선 안착?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단원평가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엄마인 나는 아이가 조금은 긴장하고 경계심을 가질만한 점수를 받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경계선에 머무는 점수를 받아왔다.
단원평가지를 보니 역시나 심화 문제를 틀렸고 계산이 많거나 중간에 실수하기 쉬운 객관식 문제도 놓쳤다.
"심화 문제들을 틀렸네. 계산 많이 한 것들이랑. 결과 보니까 어때?"
"괜찮아. 만족해."
이럴 수가. 만족한다니.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 듯했다. (절대 만족이 되면 안되는 점수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허벅지를 더 꽉 꼬집고 있었어야 했는데.)
대한민국 부모라면 시험 점수 발표 후 꼭 하게 되는 질문, 바로 친구 점수 물어보기.
"만족한다고?"
"나보다 못한 친구들 많아."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 문제 수준은 어떤 거 같았어? 친구들 분위기 보면 알잖아. 너랑 비슷한 점수대야?"
" 그런데 나랑 친한 친구들은 00 빼고 90점대야."
"90점대? 친구들은 잘 봤네."
"응. 왜 근데 왜 다들 90점대지?"
큰 아이의 반응에 웃음부터 나왔다.
시험 점수가 잘 나온 친구들을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학원 가서 공부하고 집에서도 과제하느라 많은 문제를 풀어보니 시험 점수가 좋은 거야.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해."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큰 아이에게 설명은 해 주었지만 이미 만족스러운 아이에게 내 말이 크게 와닿을 리 없었다.
개인적으로 큰 딸이 '나도 문제를 좀 더 풀어야겠구나.'라고 다짐하기를 바랐지만 시험지를 돌려받은 아이는 그저 쉬고만 싶어 하는 듯했다.
이때 우리의 대화를 듣던 둘째가 물어왔다.
"엄마 90점이 넘어야 잘하는 거야?"
"그렇지. 보통 90점 이상이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하지."
"와. 어떻게 90점이 나와야 잘하는 거야?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거야? 난 중학교 때 못할 것 같아."
갑자기 둘째가 중학교 공부에 엄청난 부담을 크게 느꼈는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중학생 되면 지금보다 뇌가 성장하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커져서 누구나 노력하면 잘할 수 있어."
"그래?"
"너도 예전에 수학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잘하잖아."
둘째 아이는 내 말에 수긍했는지 안도한 듯 만화책을 들고 소파로 갔다.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졌다. 단원평가로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기본 문제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초등학교 때는 자신의 실력을 알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모님들은 학원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아이의 시험 결과를 받아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점수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은 알지만 숫자 앞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친구의 점수를 물어보는 ) 부모였음에 민망한 웃음이 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