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함께 운동하다.
24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이기도 했지만 우리 둘째의 인생 첫 헬스장 경험일이기도 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를 지날 때마다 지나치던 곳으로 배경에만 머물던 공간에 10년 인생 처음으로 아이는 운동의 주체가 되고자 발을 디뎠다. 먹성이 좋고 또래에 비해 키도 덩치도 큰 둘째는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의도치 않게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빼빼 마른 체형이라 친구들과 자꾸 비교하더니 살을 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의지와 달리 식탐은 여전하지만 엄마의 눈에는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둘째가 먼저 운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엄마. 나 일찍 깨워줘. 엄마 운동 갈 때 같이 가."
다이어트 관련 학습 만화책을 읽던 둘째가 함께 운동을 가자고 했다. 솔직히 아이랑 가서 운동하면 내 운동은 거의 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침 6시에 함께 운동하면 아이는 분명 학교에서 졸음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할까 하다가 집에서 함께 홈트를 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요가매트 2개 준비하고 큰 아이, 둘째 아이 함께 TV앞에 서서 따라 하고 싶은 운동 영상을 틀어두고 운동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로제의 아파트와 세븐틴의 손오공 노래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리다가 둘이 투닥거리며 장난치는 것으로 끝났다.
"엄마 나도 헤드폰 끼고 달리기 하고 싶어. 내 소원이야."
이틀 뒤, 어디서 본 건지 둘째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러닝 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함께 저녁 운동을 제안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해보고 싶다는 아이의 위시리스트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미뤄졌다. 결국 수영, 배드민턴, 태권도 등등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원 리스트를 열거하며 선택지를 주었건만 집순이 둘은 모두 거절했다.
결국 나의 선택은 세 모녀 함께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것. (아이들의 몸무게가 심상치 않다. 나 역시.......) 운동을, 아니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큰 아이는 강제로, 둘째는 신이 나서 함께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사람이 적어 아이 둘 다 러닝머신을 이용할 수 있었다. 큰 아이는 작년에 나와 함께 한 달 가까이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었기에 러닝머신 사용법에 익숙했기에 자율에 맡기고 나는 둘째 옆에 붙어서 걷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TV 보며 천천히 걷기를 추천했다. 어른의 세계에 들어와 모든 것이 신기한 둘째는 열심히 걸었다. 그러기 10분 좀 지나 흥미를 잃은 둘째는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을 틀어달라고 요구했고 큰 아이는 마침 보이는 세븐틴 예능을 보며 아주 천천히 선비 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걸었다.
헬스장 이용해보고 싶다고 기대하던 것과 달리 아이는 러닝머신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는 러닝머신하며 보는 TV) 엄마의 마음 같아서는 체육학원처럼 몸풀기, 본 운동, 스트레칭 등등 체계적으로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저 움직여 주기만 해도 다행이다. 퇴근 후 나도 좀 쉴 수 있게 돈 좀 쓰더라도 운동은 학원에 가서 전문가에게 배우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어쩌랴. 아직은 따님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니 준비될 때까지는 함께 해야지. 뭐 나는 좀 일찍 일어나서 따로 운동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