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여행이 될 수도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동네엄마들 혹은 동창 심지어 조리원동기들과도 어울릴 일이 많다.
다들 아이도 처음 키워보는 데다가 남편들은 한창 일할 나이라 독박육아하는 엄마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한집에 모여서 저녁을 함께 해결하는 일도 많았고, 마음이 잘 맞는 그룹이라도 생기면 여행도 함께 다녔다.
남편들이 합류하면 뭔가 아이를 더 데려가는 느낌인데, 엄마들끼리의 여행은 아주 편했다. 엄마가 여러 명이니 식사준비할 때도 손발이 착착 맞고 아이들 케어하는 것도 독박육아보다는 공동육아가 심적으로 여유로웠다. 원래 아이들은 자기 엄마말보다 다른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는가. (그리고 엄마들도 내 아이보다 다른 집 아이에게 말을 더 예쁘고 조심스럽게 하는 이유도 있겠고)
문제는 교육가치관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야 그 공동육아가 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엄마가 5명이면 그 5명의 교육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은 4팀이 자연휴양림에 1박 2일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도시에 살던 아이들이 숲 속에 왔으니 얼마나 궁금한 것이 많겠는가. 5살~9살 정도의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며 땅도 파보고, 잠자리도 잡고, 이리저리 돌을 건너 다니며 자유롭게 놀았다.
그런데 한 엄마가 아이들을 보며 계속 안절부절 못한다.
처음에는 본인 아이들에게만 "얘들아, 나뭇가지 들고 다니지 마. 위험해", "얘들아, 땅 파지 마. 더러워", "어~어~ 입에 손대지 마, 손 씻게 이리 와", "뛰지 마, 넘어져"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아니, 거의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나중에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외치기 시작했다.
그 집 아이들은 뭔가 액션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엄마의 목소리로 저지를 당했다. 아이들 표정은 굳어갔다. 다른 아이들도 눈치를 봤다. 다른 엄마들도 눈치를 봤다.
"그래, 얘들아. 이제 깨끗하게 씻고 숙소로 들어가서 놀자" 하고 평화주의자 엄마가 제안을 했다.
아이들은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여러 명이 놀러 왔으니 숙소에서 또 신나게 놀 게임을 만들어냈다.
그 자연휴양림 숙소는 2층으로 되어 있어 나무계단이 있었는데 양쪽에 난간도 있고 계단이 급하지도 않아서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해도 괜찮아 보였다.
적어도 우리 눈에는.
하지만, 밖에서 걱정 태산이었던 그 엄마 눈에는, 굴러 떨어지기 딱 좋은 매우 위험한 계단이었다. 아이들이 2층에서 노는 게 영 못마땅했던 엄마는 결국 또 한마디 한다. "얘들아, 1층 넓고 좋은데 왜 그 좁은 2층에서 놀아" 그러면서 남은 엄마들을 쳐다보길래 미안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웬걸. "자기들은 애들이 저렇게 위험하게 노는데 걱정 안 돼? 큰애들이 저러고 노니까 우리 애들이 따라 놀잖아. 이제 집에 돌아가서도 이렇게 놀까 봐 나 너무 스트레스야"
그 걱정엄마를 제외한 나머지 엄마들은 대체로 순한 사람들이었으므로 우린 그 말을 듣고 누구 하나 "이 정도는 위험하지 않아. 괜찮아. 애들 좀 내버려두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큰 아이의 엄마는 괜히 자기 아이를 혼내기까지 했다. 동생들한테 맞춰 놀라고.
아이들은 결국 그 자연 속에 놀러 가서 1층 거실에 둘러앉아 그림 그리고 책 읽고 놀았다. 걱정엄마는 숨바꼭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괜히 숨을 곳 찾다가 모서리에 얼굴이라도 부딪히면 큰일 난다고.
그 이후에도 2-3번의 나들이를 시도해 봤지만, 걱정엄마의 지나친 걱정으로 그 모임은 결국 해산되었다. 아니 재결성되었다. 아이들은 드디어 걱정이모의 눈치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서 눈은 떼지 않았지만, 말로 간섭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면 바로 붙여줄 밴드와 연고를 상시 소지했다.
또래 아이들과 여행을 계획할 때는 교육관이 비슷한 엄마들과 함께 하자.
아이도 엄마도 눈치보는 여행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