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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30. 2023

빵집 사장은 제가 아니라 고양입니다만?

생명의 무게를 알려준 사랑스러운 고양이 두마리에게

고양이 못 들은 척 코 닦기


옛날옛적에, 빵집을 운영하는 가게를 지키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빵집에서는 주로 따끈따끈한 치즈가 올라간 피자를 팔았어요.
그리고 고양이의 하루 일과는 치즈에 접근하는 생쥐를 쫓아내는 일이 하루일과였구요!

한 번은 쥐가 치즈를 놓쳐 못먹게 되자 불평했어요.
"네가 지키는 치즈는 정말 맛있는데, 아쉽네"
"그렇다고 줄 순 없어!"
고양이가 단호하게 말하자, 쥐는 고양이를 속일 꾀를 냈답니다.
"그렇게도 맛있는 치즈를 가지고 피자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봐! 이 많은 치즈를 가지고 만든 피자가 하루만에 동나곤 하잖아! 무슨 맛인지 궁금하진 않아?"

고양이는 무시했지만, 속으로는 크게 동요했어요.
맛있는 피자를 주인 몰래 먹어보고 싶었지만, 피자를 잡을 손이 없어서 항상 먹을수가 없었거든요.

고양이는 빵집 사장님에게 가서 말했어요.
"저기, 피자를 생쥐모양으로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무엇때문에 그러니?"
"쥐를 잡는데, 생쥐같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해서요. 너무 외롭거든요."

이 말을 들은 빵집 사장님은 생쥐의 꾀를 파악하고 웃으며 말했어요.
"그렇다면 생쥐가 올 때마다 못 들은 척 하고, 피자냄새가 날 때마다 손으로 코를 가린다면 생각해보마. 단, 생쥐가 치즈를 가져가게 가만두는 건 안돼!"

이후 쥐는 생쥐의 말을 안듣는 척 생쥐를 내쫓고, 피자를 보면 코를 손으로 닦곤 했답니다.
물론, 그 댓가로 피자대신 맛있는 물고기를 주었구요!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고양이 기르기는 막연한 목표였다.


이유는 없지만 자수성가의 아이콘까진 아니더라도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생명체와의 동거는 분명 좀 더 어른스러워진 내가 할 행동이라 생각했었다.


다른 것을 다 떼놓고, 고양이가 그냥 너무 키우고 싶었다.


그런 내게 우연치 않은 기회이자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지인들 사이에서 할머니 수술을 해야하는데 아직 고양이 두 마리가 분양이 안됬다며, 이대로라면 살처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임시보호를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당시에는 금전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고양이 키우기'를 실천하며 고양이와 친해질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내가 그 친구에게 고양이를 맡아 돌보겠다 했으며,  한마리 정도를 2주 정도면 나 혼자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호언장담 했다.

그러더니 연거푸 고맙다고 하며 내가 어디로 가서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해당 할머니 집에 갔던 곳은 낙후된 빌라였다.

처음 고양이를 임시보호하러, 또 친구의 할머니를 뵈러 가는 집이라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예의일 지 모르겠어서 당시에 설날 스팸, 식용유 세트를 가져갔다.

문을 두들기며 열린 집 풍경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내부는 옷과 먹이, 음식썩은내와 고양이 똥내, 화장실 오줌냄새가 진동하며 할머니는 눈이 잘 안떠지는 상태로 전기장판에 몸을 뉘이시며 계셨다.

그러면서 내게 말을 자꾸만 거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머릿속에 든 생각은 죄송스럽지만 '얼른 집에서 나가고 싶다'뿐이었다.

죽음의 냄새가 난다고 하면 과격한 표현이 될 지 모르겠다.

무언가 썩어문드러지고, 더러움을 넘어선 무언가 인간의 삶이 아닌 집의 형태는 마치 여기가 사람이 머무르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말을 뭉그러트리며 웅얼거리셨다.

잘은 못알아 들었지만 "네 그럼요, 아니에요 제가 고맙죠"라며 대답했다.

하얀색 페르시안 고양이가 보였다.

해당 고양이가 아마 우리 집에 잠시 임시보호를 할 고양이인듯 싶어 이야기하며 케이스에 넣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껴안고 뽀뽀를 했다.(고양이는 기가막히게 잘 피했다!)


인사를 드리며 도망치듯 떠나려 하니 내 손목을 붙잡으며 옷장으로 끌고가셨다.

무슨일인가 하니, 남은 한마리 고양이를 마저 데려가 달라는 부탁이셨다.

어떻게든 불쌍한 아이니 데려가달라는데, 내가 그럴 가방이 없다고 하자 금세 가방을 챙겨 가져가라고 그랬다. (이때 당했구나 싶었다)

거부할 틈도 없이 그렇게 내쫓기자, 상당히 당황스러우면서도 난처한 동거가 시작됬다.


하얀 고양이는 3살이지만, 늙고 약했다.

자기주장도 약하고 살짝 둔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차를 타는 내내 "묘옹"소리를 내며 눈만 땡그라니 떴다.


노란 고양이는 2살이고, 길고양이 출신이라고 했다.

나를 그렇게 경계하더니 먹이는 그렇게 잘받아먹어서, 역시 스트릿 출신은 강하구나 싶었다.


이내 노란 고양이는 상도덕을 모르고 하얀색 고양이를 미친듯이 물어뜯었다!

그것도 피가 낭자하도록!!!

나는 말렸지만 하얀색 고양이 피는 털에 얼룩이 갈 정도로 물들었고, 노란색은 화가 단단히 난 듯 보였다.


나는 할머니가 순간 미웠다.

이래서 같이 덤터기로 보내려 한거구나, 문제되고 불편해서!

아파보이는 하얀색 고양이에게 간식을 먹이고 껴안아 줬다.

그런데 이게 웬 걸, 10분도 안되서 체하고 멀미를 하는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먹은걸 전부 게워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아파보이고 고통스러워 보여 마음이 시렸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내가 대신 이 고양이 대신 아팠으면'하는 마음과

바보같이 '사람도 차를 타면 체하는데 고양이라고 안그럴까'하는 마음이 들어

자책을 하면서 고양이 토사물을 치우며 자꾸만 어루어 달랬다.


그 와중에도 노랑색은 케이스에서 나에게 먹이를 내놓으라는 듯 항의를 하지 않던가!


넌 진짜 얄미운 아이구나 싶으며 눈총을 쏘았다.




시간이 지나고 1주일 정도 지나고, 할머니의 수술이 잘 되지 못해 돌아가셨다고 한다.

고양이는 내가 계속 키우기로 했다.

사정도 사정이지만, 초상집에 고양이를 버릴 수도 없거니와, 1주만에 정이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얀색은 청초하게 구는 반면, 이제는 노랑색은 나를 마치 가족처럼 달려안기기도 하고 같이 놀아달라고 애교도 한다.


어느 새 고양이 두 마리는 내 마음속에 자리잡아, 마음 한켠의 따스함과 무게를 얹어 내 살아갈 명분에 무게를 얹어주었다. 


이름은 노랑색은 치즈색을 닮아 치즈, 하양색은 쮸라고 부른다.

다만 부모님은 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샤넬(고고하고 비싸보여서)이라고 부른다.

샤넬이든 쮸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이 둘이 곁에 있으면서 내가 힘들었던 순간마다 힐링되며 웃기게 해준 나날들에 감사함을 표한다.

내가 부자가 된다면, 너희에게 그 누구 부럽지 않을 냥생을 살 수 있게 약속할게!


To. 치즈와 쮸에게

니들 둘이 모래값 밥값 캔값 츄르값이 내 식비보다 훨씬 넘어.
한달에 30~50만원이 말이 된다 생각하니?
맛있게 먹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가려서 먹는 걸 보면 가끔씩 걱정이 된단다.

치즈는 식탐좀 덜 부리면 좋겠다. 너 배가 무슨 임신한 고양이같애!
쮸는 애교좀 부려주렴. 사진을 못 찍겠단다.
그리고, 사람이 말하면 들은 척은 해주렴!
듣고있는 거 다 알고있어!

나쁜말만 쏘아붙였지만, 내가 힘든 순간에 너희가 있어서 감사하단다.
내가 앞으로도 할 일들에 대해 건강하고, 그리고 명랑하게 같이 살아주길 기도한다.

from. 너희들의 친구이자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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