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을 대처하는 나만의 장사기법
내일은 오지 않네요
빵집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씩 이상한 요청사항을 하는 손님이 계셔요.
그 중 가장 이상했던 손님이 계셨어요.
글쎄, 자신 아이가 한입 먹어보고 싶다면서 맛보기로 '한입만 테이스팅'이 되냐고 그러는 것 있죠?
전부 비닐포장해서 판매하는 제품이었기에, 저는 처음에는 단순히 독특하다 싶으셔서 만들던 쿠키 한개를 드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은 일주일에 한번씩은 오셔서 쿠키를 한입만 달라고 자꾸 그러시는거에요!
제가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하니, 이 집은 커피부터 맛이 없었다면서 불평불만을 하지 뭐에요!
그래서 하나 꾀를 냈어요.
빵집 입구에 "내일부터 1인당 쿠키 한개 무료 증정"이라고 적어놓았어요!
그걸 보더니 내일 오겠다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니까 쿠키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당당히 말했죠!
"아이 참, 오늘 말고 내일부터 쿠키를 드린다니까요!"
요즘들어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곤 한다.
"어떻게 지내냐? 너 시간되면 만나서 밥 한번 먹자."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안다.
그 밥 한번 먹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한번 가볍게 말하는 말이겠지만,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한테 있어서 이건 식사에 대한 모욕이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된 이유가 나름 있다.
오늘은 내가 식사약속을 끔찍하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20살이 되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 때에, 나는 지리산 촌놈에서 벗어나 서울사람들의 북적거림을 누리며 즐기고 싶었다.
대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들고, 술집에서 시골에서는 절대 해보지 못할 것들을 해보고, 매일같이 새롭게 생겨나는 프렌차이즈 지점을 친구들과 방문하며 지냈다.
그때 나는 정말로 행복하면서도 억울했다.
이런 호사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니!
고등학생 때, 최저시급 한시간에 가까운 커피음료를 가볍게 마시고 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사치에 찌든 젊은 소비자층이라며 경제관념이 무식하다며 혀를 찼다.
누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했는가?
난생 처음보는 음식을 먹어보며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어느때는 한 끼에 10만원을 쓰며 친구들과 놀기도 했다. 그렇게 즐겁게만 돌아가는 인생이 너무 즐겁기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고팠다.
스물이 넘고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오니, 친구관계나 인간관계에서 가족을 대신할만큼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은 나와 사뭇 달랐다.
마치 다들 본인들의 급수가 정해진 것 마냥 행동했기 때문.
이게 무슨말이냐고?
만약 내가 B등급의 사람이라면, 나는 잘나가는 A등급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A등급 사람들은 나한테 허례허식으로 대하며 "나중에 밥 한번 먹으면서 친해져요"라고 말할 뿐,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반대로 C등급의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다소 삶의 방식이나 외적인 모습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도 나한테 악착같이 들러붙으려 했던 것이다. 마치 내가 그랬듯이, C등급 사람들이 B등급과 어울리려 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도 똑같이 "나중에 밥 한번 먹죠"라며 으레 거절하곤 했다.
이런 반복속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낙담했다.
사람끼리 어울리며 따뜻하게 지내는 인간문화는 실제로는 허상이고, 등급을 나누면서 서로 잘생기고 멋지고 돈 많은 사람끼리 어울려 사는게 인생의 전부였던 건가?
과거에만 존재했던 등급제도가 아직도 존재하는건가?
그 중에서도 같은 대학교 출신의 키가 매우 큰(내 기억으로 190cm가 넘었다)선배를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면서 인근 대학병원에서 1시간 짧은 강연을 하면서 학교에 방문하셨다.
강연하며 말씀하신 사고방식과, 정신의학분야에서 심리학의 꿈을 펼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입생인 나한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이후에 선배한테 "밥 한번 먹어요"라며 말했는데, 글쎄 그날 먹자고 이야기 하는게 아닌가?
공부하면서도 어려웠던 부분,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며 중요하게 여겨질 부분을 조언받기도 하고, 처음으로 등급없이 사람을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이따금씩 나는 사람들이 신분이 나뉜 것처럼 행동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멋쩍게 웃어넘기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후로도 학구열이 높았던 나는 이것저것 궁금한 거라면 물어보곤 했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잘 대답해주시는 모습에 '나도 저런 모습이 되어야 겠다'라고 다짐하곤 했다.
나는 "형 같이 듬직한 사람이 친구처럼 나를 잘 대해줘서 고맙다"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내 선배는 말을 멋쩍게 뜸들이더니, 사실 어린 친구를 만나서 정말 반갑고 좋지만 귀찮다 느껴질때도 많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나이대에 맞는 친구를 사귀라며 말했다.
그럼 나 혼자만 친근함을 느끼고 오해한건가?
그 말을 듣고 "저는 선배님이 친구같이 잘 대해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라며 당혹함을 표현했다.
이내 선배는 "정신병 환자는 병원에서 보는 걸로 충분해"라며, 자신의 삶의 일정 부분 이상 더 다가오기 불편하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그 선배가 나를 친절하게 대한 것은 병원에서 환자에게 베푸는 친절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구나!
인간적인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정말 부끄러워서 나는 화를내며 연락처를 차단했고, 저녁에 혼자 믿을만한 친구라 생각했다는 착각을 한 사실이 너무 속상해 울었다.
다들 정해놓은 "다음에 밥 한 번 먹어요"의 기준은 아마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일정 부분만 넘는다면 오케이일 것이고, 누군가는 별 의미 없이 밥을 먹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저 내가 누군가와 식사를 한다는 것을 그만큼 중요하게, 그리고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밥을 같이 먹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난다면, 고양이가 밥을 먹는것을 끝까지 보고 뒷처리를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어떻냐고?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시간되면 스타벅스 가서 커피 마셔요! 제가 한번 살게요!"
To. 정신과에서 근무하던 선배님한테
그 때 가르쳐주신 정신역동적 대화방식과,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고찰은 심리학에 대한 큰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 그 때 말씀하셨던 '정신병자랑 어울리고 싶진 않다'는 말은 당시에는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지만, 이제는 어떤 심정으로 말하신건지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공감할 수는 없네요.
같은 인간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하나같이 소중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할 순 없지요. 우리가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차별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이제는 저도 선배님이랑 나이가 엇비슷해져 가네요.
시간이 된다면, 또는 기회가 된다면 커피 한잔 제가 사겠습니다.
from. 많은 가르침을 받은 후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