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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26. 2023

바쁘게 살지만 지갑엔 빵원 있어요

질긴 통 바게트

바게트를 맛있게 먹는 방법


달콤함에 지친 여러분!

오늘의 추천 메뉴는 갓 구운 바게트입니다.

바게트는 프랑스에서는 주식처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밥처럼 먹는 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빵 껍질 부분을 과하다 싶게 바삭하고 살짝 달짝한 맛이 나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하던데, 최근에는 밀가루 값이 올라서 그렇게 만들긴 어렵다고 하네요.

바게트가 이젠 어느 빵집에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먹는 주식이 아니라 심지어 장식에 사용되며, 프랑스의 대표 간판으로도 쓰이곤 한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샌드위치인 파네톤네(Panettone)로 납작 눌러 달콤한 디저트 느낌을 내기도 해요!
최근에는 이걸 응용해서 "바게트는 딱딱하다"는 편견을 내버리며 소파보다 푹신한 질감을 내기도 한다네요.

딱딱한 바게트 오래 지속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구매하자 마자 먹는 게 당연시 여겨진다고 하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마세요!

바게트 빵을 다 먹지 못하더라도, 남은 빵을 활용하여 빵가루를 만들어 제과제빵에 이용하거나
후라이팬에 강한불에 구워서 바삭한 크루통(Crouton)으로 설탕을 입히면 맛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크루통을 슈가파우더 한스푼, 시나몬 한스푼씩 넣고 흔들어서 과자처럼 먹거나 스프에 넣어먹는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어디에든 어울리는 바게트는 어느 빵집에나 존재한답니다.
길쭉한 모양과 바삭한 식감 가진 바게트로 프랑스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고급스러운 식사 분위기를
연출해보는 건 어떤가요?






환갑이 넘어 은퇴하신 유치원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예전에 상담할 때, 코로나가 일어나서 때문에 찜질방을 못 간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상담에 오셨었다.

내가 명상이나 책을 읽는 것은 어떠냐고 그랬더니, 눈이 침침하다고 싫다고 거부했다.

오늘 들어보니,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가 있어서 그걸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다고.


인터넷 발달에 내심 감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에 대한 완화 규제도 풀리며 찜질방을 자주 가는데

그럴 때마다 꽁꽁 얼린 물이랑 스포츠음료, 그리고 질긴 호밀빵같은 통바게트를 꼭 챙겨간단다.

하필 무슨 이유로 통 바게트여야 하느냐 했더니, 그래야 맛이 있단다. 잘라주는건 가짜 바게트라고!

그 표현이 참 재밌다 싶어서 내심 웃었다. 가짜 빵, 진짜 빵이 따로 있는건가?


바게트 빵을 좋아한 건 어릴 적 대학교 들어가기 전 즈음부터 그랬다고 했다.

밀가루 덩어리 같은 음식, 라면사리나 수제비 같은 음식은 생각보다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젊은 사람들이 매콤한 소스나 다양한 외국향신료를 거리낌없이 설탕을 들이부어 먹는 걸 당최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걸 어쩌나, 나도 그런 부류 중 하나인데!





빵은 어릴 때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그러셨다. 특히 본인이 학교 다닐 때 환경에서는 더더욱이.


아버지께서 남아선호사상에 그렇게 찌들어계셨고, 자신 어머니께서는 마음여린 사람이라 아무말도 못하고 계셨단다.

그렇게 여자 형제 4명을 낳고 겨우 채 남자를 한명 낳았으니 얼마나 애지중지 했을까!


아버지는 겨우 낳은 막내 외동을 그렇게나 아끼셨다고 한다.  이후 남자 아이를 두명 더 가지며 3명이나 되는 남자아이를 출산했으니, 그야말로 소원성취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여러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경제적 여건을 만들어야 했기에 여자아이는 시집보내고 남자아이는 공부를 시켜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겠노라며 간식부터 맛있는 밀가루 과자까지 하나하나 챙겨 주셨단다.


그게 밀가루에 대한 집착의 시작점이 아닐까?


첫째 언니부터, 둘째 언니, 그리고 셋째 언니까지 시집을 갔다.

그리고 이제 본인이 시집을 가야 할 때가 되었는데 자신은 그렇게도 시집살이 종노릇은 싫다고 했단다.


어릴 때부터 어떻게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그랬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역정을 내며 집을 나가라고 화를 냈는데, 그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가슴팍을 치며 "아휴, 그러지 말아요"라며 의견을 못내던 엄마가 그렇게나 미웠다고 말했다.


집 문앞에 쌀독을 두고 배고픈 사람들한테 퍼먹으라며 어머니가 꼭두새벽마다 나가서 손을 잡아주며 사람들에게 쌀을 퍼주곤 했단다. 언니랑 나는 간식도 안주면서 바보같이 퍼주기만 한다며 그렇게나 멍청하게 퍼주기만 하는 부류는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나는 저렇게 말 없이 아무말도 못하는 사람은 안되야지.

나도 돈 벌어서 다른 사람한테 부끄러울 것 없이 내가 원하는 바를 당당하게 이뤄내야지.


그 일념 하나로 자신이 선생님이 되겠다며 단식투쟁을 들어갔다.


아버지는 신경도 안쓰더니 3일째 되는 날, 어머니가 울고불고 달려드며 어떻게든 먹여야 한다며 본인보다 더 난리를 치셨단다.

아버지는 승낙은 하셨지만 알아서 하라는 눈치였고,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여유자금을 만들어서 주셨댄다.

그리고 언니 셋이 꽁꽁 뭉쳐서 돈을 주며 도와주었다며 덧붙였다. 


아직도 같이 4명이서 여행도 다니고 놀러다니곤 한다고 그랬다. 저번달에는 제주도에 갔다며 나한테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말하길,  그 때에는 어머니가 유하게 아무말도 못해서 너무나도 싫었지만 그 부드러운 마음씨 덕분에 자신의 삶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말했었다.


어린시절 다락방에 만화책을 들켜 혼날 때도, 겨우 허락받아 얻은 대학교 공부할 때에서도, 민주화 운동시절에서도, 결혼과정에서도, 빚을 떠앉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리고 자식을 가지는 순간에서도 그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바보같이 퍼주기만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언니 셋은 그런 바보같은 마음을 어머니처럼 꼭 빼닮았다고 그랬다.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여 나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바게트처럼 질긴 삶을 살고, 끝까지 달려왔지만 남는 건 건강과 사람 밖에 없었단다.


그런 바게트에 달콤한 잼을 가끔은 발라먹어보는 건 어떨까?


To. 은퇴하신 선생님께

제가 알지 못하는 고난 속에서 바게트 같이 굳센 마음으로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 주심에 감사를 표합니다.

당신의 삶에도 바보같이 부드러운 순간이 곁들여지기를 바랍니다.

from. 선생님 노릇을 하고 싶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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