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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26. 2023

더 큰 빵일수록 탐나보이잖아요!

속이 텅 빈 검은깨 공갈빵

외국인이 좋아하는 공갈빵을 만드는 법


여러분! 최근에 외국인 사이에서 공갈빵에 대해 오해가 생기고 있다는 것 아시나요?

공갈빵은 속을 텅 비운 딱딱한 껍질같은 빵이라 생각하곤 하곤 해요.

전통적인 방식은 손으로 만든 반죽을 오븐이나 팬에 굽던지, 아니면 전용 공갈빵 기계로 단숨에 만들어 내곤 한다네요. 특히 거기에 흑설탕이나 깨, 아니면 단팥이랑 곁들이고요.

그런 공갈빵이 단팥이랑 찰떡궁합처럼 맛있었는데,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단팥을 꺼려해서 계란 노른자를 머스타드 크림과 섞어 속을 채우며 달걀을 흉내내는가 하면, 새콤한 요거트 크림을 넣어서 마치 치즈볼처럼 만들면서 점점 다양화 된다고 하네요.

K-pop에 이어서 K-공갈빵이라, 나쁘지 않은데요?





인생을 살면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놀라본 적이 있는가?


나는 중학교 때 자작시를 학교 선생님한테 걸렸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 때, 수업을 안 듣고 있었던 나의 태도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창작물을 어른에게 들켰다는 마음에 깜짝놀랐던 것 같다.


우리 모두 거짓말을 한다.


혹자는 자존심을 지키려고 거짓말을 한다.

혹자는 타인의 애정을 가지려고 없는 말을 만들기도 한다.


이번 경우에는, 남의 사랑을 가지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사람을 말해보고자 한다.




아무리 인터넷이 편해져서 이렇게 글을 쓰기도 편해졌다지만, 거짓말도 쉬워졌으니 참 오묘한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아마 이 말도 거짓말일 수 있겠다.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진행할 때, 겪는 어려움은 얼굴의 눈빛과 표정을 읽을 수 없어 오롯이 말의 속도와 단어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 아닐까?

말이 겹치거나 속도가 안맞기 시작하면 상담이 아니라 고역의 시작이다.


이야기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화가 난다.



그 중에서도 무조건 전화상담을 요청했던 사람이 있었다.  대면상담은 절대 불가능한 상태라며 그렇게 말을 했는데, 너무나도 바쁘다고 언급을 자꾸만 했었다.


그 때 생각한 건 '뭐 바쁘게 산다고 자랑하는 건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가보다'정도로 넘겨짚었다.


그 사람이 상담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는 다음과 같다.


이상하게 밥을 먹으면 속이 막혀요.
먹는 족족 다 게워내고 숨이 막혀서요.



신체적 질환은 아니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병원에 가보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그러더라.


상황적인 요건으로 보면 상당히 답답하고 짜증날 법한 상황이었는데(상담은 적극적으로 바라는데 병원은 안가겠다고 우기니 말이다), 막상 그렇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그것 이상으로 자신의 삶을 잘 설명해주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원하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서울에서 일을 다니는데, 모델 일을 한다고 했다.


패션과 관련된 직무는 문외한이라 잘 몰랐지만, 회사에서 원하는 제품의 옷을 모델이 입으면 사진을 찍고 인터넷 사이트나 아니면 다른 매장의 간판에 실리는 형식인 착장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아는 모델은 런웨이에서 걸어다니면서 명품 브랜드를 과시하는 그런 모델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분야도 나뉘는구나 싶었다.


거기서부터가 아마 시작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 무슨 모델이면서 어디서 누구랑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바쁜지를 나열했다.

생각보다 지루하다고 여겨지진 않았다. 중간중간 말해주는 에피소드들이 겹쳐서 웃길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사이트에 올라간 것들을 시간되면 꼭 보라고 하면서 말해줬다.

그 때에 엄청나게 봐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상담윤리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상담하는 고민의 핵심 주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서 말했던 사이트에서 찾아봤었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진로문제라고 생각되서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사실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했다)


말했던 사이트의 사진을 보니 남성 수트모델로 주로 활동을 하는 사람인 듯 했는데, 모델은 모델이라 해야할까? 얼굴이 그렇게 잘생겼더라! 아직도 사진이 기억남는 게, 눈이 꼭 당장 울 것 같은 사슴눈망울이었다.

속으로 이런 사람이면 돈도 잘 벌고 진로문제는 아닐텐데 이상하다 싶었다.


한번 상담을 방문해서 대면으로 상담을 권해도 그건 극구 거절하더라.




시간이 갈수록 상담이 상담같지 않고 잡담이 되어간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정말 끔찍하게, 그 사람이 호소했던 '속이 콱 막히고 토할 것 같은 증세'는 전화 도중에도 급작스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항상 비슷하게 자기자랑과 일과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그 사람이 여성 분과 데이트를 하며 조각 스테이크(따로 남자가 부르던 명칭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와 구운 파인애플을 먹었는데, 방금 속을 게워냈다며 그랬다.

괜찮냐 물어보니 그 사람이 정확히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저는 천벌받아 마땅한 사람인가봐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이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뇌에 정확히 꽂혀들어가며 이게 실마리구나 싶었다.

나는 그 말에 대해 꼬투리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말을 정돈해 말했다.



본인을 벌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네요.
하지만 그걸로 힘들어하고 고통받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해결하고 싶어하는데, 모순되지 않나요?


그 사람은 말을 멈추며 본인을 분석하려 들지 말라고 소리질렀다.

자신은 여기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이지, 남한테 지적받으려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는 진심을 다해야 솔직히 말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까지 상담하면서, 내가 당신의 명치 아픈 것을 해결하는 것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고 되려 심해지고 있다. 나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참 즐겁고 재밌지만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하다.

무엇보다, 이것은 잡담이 아니라 상담이다.

당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니 내 스스로 짜증이 가끔 치밀때가 있다.

솔직하게, 그리고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면 말해달라.


그러자 그 사람은 몇 초후에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10분 후에 문자를 보내겠다고 했다.


이내 문자로 장문의 톡이 왔다.


나는 여태껏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백수에다가, 일도 안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다 휴학을 했고요. 그리고 지금은 여자친구도 거짓말이고, 그냥 잠깐 이야기 상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마음에 언제 끊고 그만둬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신에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문자를 보고 충격을 먹기 보단 머리가 멍했는데, 고민을 들어주려 전적으로 들어주고 믿어준 내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그럼 거짓말에 칭찬하고 위로한 것인가?


그 사람은 마지막 전화에 꺽꺽 울었다.

모델의 이름은 가짜로 지은 예명이라고 둘러댔는데, 그걸 순진하게 믿은 내가 바보지!

울고는 있지만 동정심이라던지 안타까움은 들지 않았다.

이후에 명치아픈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내 직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거짓말을 하며 자신의 삶을 거짓말처럼 채워갈 것이다.


마치 보기 좋게 부푼 공갈빵마냥 속 빈 강정처럼 말이다.


To. 모델이라 내내 자랑했던 당신에게

삶을 살면서 매 순간이 즐겁진 못합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우리 인생의 즐거운 부분을 도려내어 그것을 사진첩에 모아놓은 것처럼
남들에게 인생을 살면 좋겠지만 삶이 그렇지 않음을 저도, 그리고 당신도 압니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솔직히 화가 나더군요.
당신이 아닌 저한테요. 상담사로서 더 능력있고, 당신이 말한 것들에 대해 찾아보았다면 거짓말인 것을 뻔히 알 수 있어서 더 화가 치밀었어요. 제가 무능한 사람 같더군요.

그래도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진심만을 전부 담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저한테, 인생에 있어서 거짓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저의 지금 직장생활에도, 그리고 제 인생의 방향성에도 정말로 큰 지혜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전부 알고, 말해야 할 필요는 없지요.
다만 당신이 거짓말에 지칠 때가 분명 찾아올 겁니다.
그때, 당신의 곁에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from. 당신한테 거하게 낚인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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