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맞는 자

정신병리 연작시

by 장준

당신은 저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보다 먼저

제 뺨을 때렸습니다.


애정하면서도 혐오하는 이 감정을
차마 설명할 수 없어서


당신을 미워하는 내가 겁이 났고
당신이 나를 미워할까 봐 더 겁이 났습니다.


저는 당신이 미워할 말을
제 입으로 대신했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당신은 저를 보듬었지만
저는 그 보듬음이 끝날까 봐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얇은 접시에 물을 따라 놓고
포크로 찍어먹는 이상한 짓입니다.

피상적인 미묘함.


사랑받음과 받지 못함 사이
이상한 간극을 메우려고


저는 제 그림자를 구석에 세워두고
그 입에 욕설을 물렸습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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