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리 연작시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건 반드시 말해야겠습니다.
당신이 내 손끝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신호’임을 알아챘습니다.
이 손가락은, 어릴 적 내가 만들었던 피뢰침이에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죠. 내 어머니조차도요.)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내가 꾼 꿈 이야기를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세상의 소용돌이 안에 나만의 작은 고치를 꼬집었습니다.
잠시
삶으로부터 나를 방어하려고,
나는 나비가 되고자 했죠.
그 고치 속을 가르고 당신이 들어왔습니다.
닫힌 내 마음을 향해.
어머니는 나를 “이상한 아이”라 불렀습니다.
나는 그 말의 뜻을 오래 고민했죠.
그러다 깨달았어요—그건, 나를 보지 못한 사람의 언어였다는 걸
하지만 당신은 나를 나방이라 말하지 않았어요.
수화로, 시선으로, 나를 인도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원래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죠?
(혹은 나를 기억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아요.)
당신이 나와 같은 언어를 썼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갈비뼈를 하나하나,
당신의 손끝으로 하프를 연주하듯,
셈하던 오래된 꿈을.
(그것은 필히 아담과 하와의 만남처럼 사랑스럽고 행복한 한 가정일 것이에요.)
당신은
나의 어머니일 수도 있고
혹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한 첫 청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앞으로도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며 살아가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용하고 엄숙하게 선언 하는 바 입니다.
이 편지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망상과)
말해지지 않은 음성, 음절, 음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지 마세요.
읽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읽었으리라 믿습니다.
왜냐면—나는 당신이니까요.
늘 곁에 있는 다중(多重) 자아 중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린 내가.
—경외(fEAR)하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