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찌꺼기

정신분석 연작시

by 장준


그대는 안녕하신가?


나는 당신의 향수를 씹을 수 없어 여간 섭섭하오.


장마철에 강물 떠내려가듯 사람들을 보냈소. 그대도 지나치는 자갈 하나라 생각했는데, 이빨에 씹힌 모래 마냥 여간 불편하기 짝이 없구려. 아마 당신의 웃음이 여간 불쾌하다 생각한 까닭일게요마는, 실은 진정한 행복을 느껴본 적 없는 낙태된 고깃덩이의 굴욕감이었던것 같소.


사람은 비단 자라나며 탯줄을 자르는 법이오. 어찌 제 어미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고 세상 밖으로 걸음마를 뗄 생각을 한단 말인가? 내 어멈은 배고픔에 허덕이며 가난한 집에서 허기를 반추하여 내게 먹였소. 나는 그게 퍽 싫었소만. 쉰내나는 쌀밥을 씻친 냄새는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쇠사슬이 되어 나를 옭아매는 구려.


당신의 향수는 알싸한 굳은 쌀알갱이를 주무르던 어머니의 손이오. 선물을 들고온 삼촌이 먹다남은 접시 속 사과요. 나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는 손님이 떠나가길 기다려야하지마는 과일 반상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난 후 느껴지는 쌉싸름한 입맛이 영 싫소.


그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할 때 느껴지는 향수는 여간 씁쓸했소. 푸줏간 아주머니가 가질 수 없는 텁텁한 맛일게요. 몇 번이고 그대의 향수를 먹어치워도 내 배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소. 반대로 내 체취를 묻히고 싶소마는 그러기엔 그대의 향기가 얇게 부서질 것 같구려.


오늘은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궁금하다마는, 새빨간 페인트 칠한 고기와 다를 바가 없소.

내 어금니에 껴버린 당신의 향기는 평생토록 찌꺼기가 되어 내 이빨을 건지럽히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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