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연주, 다시 시작되다
5월의 마지막 날 오후, 서울 한복판의 작은 공연장 대기실
하연은 거울 앞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검은색 드레스 위로 머리카락을 단정히 말아 올린 그녀의 모습은 단단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자꾸 과거를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첫 귀국 독주회.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처음 서는 정식 무대였다.
그러나 이 무대는 단순한 경력의 시작이 아니라, 한 사람과의 기억을 마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입장 5분 전입니다.”
무대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기를 손에 들고,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그녀는 문득 마음속으로 조용히 이름 하나를 불렀다.
— 은결.
그 이름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심장 소리와 함께 무대를 향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 그녀가 연주할 첫 곡은,
아주 오래전 그와 함께 처음으로 완주한 곡이었다.
그 순간을 다시 꺼내어 마주하기 위한 연주.
그와 나눈 음 하나, 숨결 하나를 따라가는 시간.
하연은 조명이 기다리는 무대 앞에 다다랐고,
그곳에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잘 들어, 은결아.
이번엔… 나 혼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