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균열의 시작

by 에벌띵


바람이 차가워졌다.
연습실 창문이 조금 덜 닫힌 채 흔들리고 있었고, 하연은 활을 조율하던 손을 멈추고, 조용히 은결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느 때처럼 구석에 앉아 악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목을 푹 숙인 채. 소리도, 표정도 없는 사람처럼.

오늘따라 하연은 그 무표정이 낯설었다. 며칠 전만 해도, 둘은 함께 ‘사랑의 슬픔’을 맞춰 연주했었고,
짧은 눈빛이 오가고, 침묵이 편안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은결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하연은 악보를 내려놓고 조용히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은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예 듣지 못한 사람처럼, 현을 닦는 손동작만 반복했다.

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귀찮았어?”

그제야 은결이 고개를 들었다. 깊게 파인 눈 밑, 무언가 오래 삼킨 사람처럼 피곤한 눈빛이 있었다.

“아니. 그냥…”

그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연은 기다렸다.
그러나 그 ‘그냥’이라는 말이 어떤 마음의 문인지 끝내 알 수 없었다.

“… 그래. 그럼 됐어.”

하연은 활을 넣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끝에 묘한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날 연습은 일찍 끝났다. 하연은 먼저 나갔고, 은결은 조용히 뒤에 남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밖에서 후두두 소리가 들려오고, 은결은 고개를 들어
하연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 자리에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그 온기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날 이후, 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연습실에 있었지만
악보를 맞추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함께 나누던 선율도 점점 조용해졌다.

음악이 이어주던 공기가 조금씩 멀어지는 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