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남편

by 함박

한 번은 남편이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다가

"너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

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빵 터져버렸다. 너무나도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공상과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친구와 다투거나 따돌림 당하면 어쩌나, 별별 시나리오를 다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친구가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난 초등학교 때 생각해보면 친구에 전~혀 신경을 쓴 적이 없는데. 난 일 년 내내 같은 반 친구들 이름도 거의 몰랐어. 참 신기하단 말이야.”

나는 오히려 그런 남편이 더 신기하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지, 아니면 그냥 남편만 유별난 건지 가끔 헷갈린다. 또래 관계가 중요한 10대 시절을 보낸 내가 보기에,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조금 갸우뚱하다. 어른이 되고 나니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 아닐까? 그런데 또 너무 단호하게 말하니까 왠지 설득되는 기분까지 든다.

그런 남편은 ‘프로차단러’이기도 하다. 인연을 끊어야겠다 싶은 사람은 가차없이 차단 버튼을 누른다. 그의 차단 목록은 이미 셀 수 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참 일관된 사람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도 그렇다. 나는 혼자서 정말 잘 노는 편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인간 관계와 대화, 공감해주고 공감 받기, 소속감 같은 걸 갈구하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글감 주제를 주고 그 주제에 대한 기록을 올려 인증하는 기록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모임에도 다녀왔는데, 이걸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이 기록 모임의 개념부터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왜 인증을 올리는거야?"

"남의 글은 왜 봐야하는데?"

"나는 인증을 한다고 더 열심히 하지 않고, 확인하지 않는다고 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는 함께 나누고 서로의 기록을 보는 게 힘이 된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납득은 안 가지만 '그런 게 있을 수 있군' 정도로 받아들인 듯하다. 이쯤 되면 정말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고밖에 할 수 없다.



결국 남편은, 물컵에 물이 반 있으면 '반이나 있네' 또는 '반 밖에 없네'가 아니라 그냥 '반이 있네' 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마음은 모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다. 나처럼 쓸 데 없는 걱정으로 고민하지 않고, 관계의 무게에도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 마음은 잘 지켜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됐지, 뭐.

keyword
이전 11화번외편: 네 컷으로 보는 남편 관찰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