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아동을 치료실에서 만나면 한번 이상은 상동행동을 관찰하게 된다. 상담 때 많은 어머님들께서 상동행동이 어떤 행동인지를 물어보시곤 하신다.
손을 흔들면 상동행동인 건가요? 까치발을 하면 상동행동인가요? 눈을 흘겨요. 이게 상동행동인가요?
언어치료사로 센터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다양한 내용의 상담들이 시간을 채운다.
그중에서도 아이의 반복되는 이상함을 느낀 어머님이 이 '상동행동'에 대한 상담을 원하시는 경우가 참 많다.
어떤 모습이 상동행동인지는 다 답할 수가 없다. 왜냐면 다 달라서. 아이들마다 보이는 상동행동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유사한 증상으로 틱이나 강박행동 등이 있다. 어린아이들의 어머님들이 '상동행동'에 민감한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이가 소아정신과적 어려움과 연관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말만 느린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반복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엄마의 불안감은 증폭된다.
두 번째는 이미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으로 진단을 받은 상황인데, 아이의 상동행동이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다. 밥을 먹을 때나 치료를 할 때, 유치원에서건 집에서건 하루에도 여러 번 보기에 이상한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일상생활을 방해받거나, 치료 및 교육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는 난처하고 답답해진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에는 상동행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의미를 가지지 않은 이상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신체 행동."
'Handbook of Behavior Modification with the Mentally Retarded'이라는 책에는 상동행동을 비롯한 다양한 행동문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의 내용에서 초기 상동행동에 대해 정의한 Berkson(1967)에 의하면 상동행동은 아동기 정신지체 및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 상동행동은 무의미하거나 반복적인 움직임, 자세, 의미 없는 반복적인 문장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즉 어떠한 몸짓행동으로 상동행동을 보이는 아이도 있고, 소리를 내는 상동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또한상동행동은 틱이나 강박증상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아정신과의 치료센터에서 일할 당시, 많은 아이들이 치료수업 중 상동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상동행동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도 많았다.
언어치료상황에서의 상동행동은 수업활동에 집중 어려움으로 귀결되었다. 아동은 자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그 행동에 몰두해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어떤 아이는 손을 지속적으로 움직였고, 어떤 아이는 갑자기 일어나 껑충껑충 뛰거나 뱅글뱅글 돌기도 했다. 또 어떤 아이는 반복된 말을 지속적으로 하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책상을 계속 두드리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아이는 자신의 손을 눈앞에 가져다 대고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러한 모든 행동들은 수업에 몰입을 방해했다. 과연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은 무엇일까.
ㅇㅇ아, 그만해. 여기 쳐다봐. 멈춰.
초임 언어치료사 시절, 상동행동을 마주하면 나는 그 행동을 막기 급급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 행동을 내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까지 만으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왜 상동행동을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상동행동을 보이곤 한다. 상동행동을 할 때의 아이와 그 상황을 살펴보면, 아이는 기다려야 하거나 무료할 때 상동행동을 하면서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고, 아이 입장에서 과제에 대한 압박이나 불안감 등이 있을 때 상동행동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너무 신이 났을 때, 상동행동을 반복하며 기쁨이나 신남을 표현하기도 했다.
상동행동의 정의는 ''의미가 없는 반복적인 행동"이지만, 아이가 이 상동행동을 하는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상동행동을 통해 아이가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상동행동을 단박에 사라지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목표를 '상동행동 소거'로 설정하면 이 치료는 '평생'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와 치료를 하는 아이들을 관찰하며, 첫 번째 했던 접근은 상동행동과 관련된 방법이나 아이가 흥미를 지니는 방법, 또 아이의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을 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놀이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의 '놀이'를 지속적으로 넓혀주고, 시기별 새로운, 발전된 놀이는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고 적용해 보았다.
두 번째 접근으로 상동행동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보다 '나은'행동을 알려주고자 했다. 손가락을 치는 아이의 경우에는 손에 색연필을 쥐어주고 흰 종이에 색연필을 탁탁 치게 하면서 하나의 작품 만들어 보기 활동을 하기도 하고, 손을 팔랑팔랑 흔드는 아이는 아이의 손에 공이나 던지기 장난감을 쥐어주고 과녁에 맞히거나 집어넣는 활동을 해보기도 했다.
모든 접근은 단박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보다 새로운 놀이나 행동으로 넓혀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상동행동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는 아이도 있었고, 여전히 특정 행동에 머물러 있는 아이도 있었다.
상동행동에 대한 상담 때마다 내가 드렸던 말씀은
첫째, 하루라도 어린 시기에.
둘째, 최대한 몸을 효과적으로 많이 쓸 수 있는 하루를 보내기를 권했다.
셋째, 자기 자신을 조절해 나가는데, 즉 조절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하루를 보내기를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