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것 Vs. 현실 세계-1
대체 4년 간 내가 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늘 괜한 욕심이 좀 있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고
해내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욕심은 열심과 한 글자 차이인데
그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그로 인해 구현화된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학 시절, 나는 '욕심'과 '열심'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욕심부린 것을 열심히라고 착각하기도 했고,
나 외의 외부를 이해하려는 눈은 매우 편협했다.
나를 잘 들여다보지 못하고,
당연히 남을 바라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부끄러운 시절의 이야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남에게 보인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얼굴은 얼마나 빨개질지.
돌이켜보면 그 시절,
아니 현재까지도
이런 나를 '이지샘'이라 불러주며
나를 믿고, 함께 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언어치료사는 4년의 대학과정 중 필수적으로 치료를 관찰하고, 실제로 실습하는 일련의 시간을 가진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진짜 언어치료사가 되기 전의 실질적인 준비 과정 중 하나다.
대학생 시절, 다른 이론적인 과목들도 중요하지만
이 실습수업만큼은 내 언어치료사 생활에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상자를 선정받았다.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내 첫 언어치료 대상자.
안경 속 동그란 눈과 미소가 너무 예뻤던 여자아이.
평생 잊지 못할
우리 집 내 보물상자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그 아이.
그 한 아이만을 위해 실습 짝이 된 동기와 함께 치료계획을 고민하고, 실제 실습을 진행하며
부렸던 많은 내 욕심들.
언어치료사로 대상자를 만나 보다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아이의 생활, 가정환경, 하루 일과, 아이의 성격,
아이의 삶에 문제가 되는 것들,
그리고 아이가 바라는 것
결국 그 아이의 삶 속으로 최대한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그때는 잘 몰랐다.
여러분은 어땠는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학교와 사회에서의 간극이 천지차이라고들 한다.
하물며 난 아직 사회에 진입하지도 않았던 실습기간이었고,
언어치료사는 언어치료 관련 지식만
빠삭하면 되는 줄 알았다.
사람을 대하는 일임에,
보다 세상을 느린 시계로 혹은
다른 시계로 살아가는 이들을 대하는 일이라는 걸
아직은 체감하지 못했던 어리고 어렸던 시절.
철저하게 보고서와 계획 속에 담아 놓은
'정상적인 상태, 보다 이상적인 상태'.
그 정상이라는 말조차도
보다 큰 세상이 아닌, 표준화된 언어능력 몇 가지의 규준으로 정의하고
내가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아이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만
골몰하고 골몰했던 그 시간들.
내 말이 다 맞는 줄 알았다.
열심히 책을 찾아보고, 배웠던 내용을 들춰보며
그 틀에 맞춰야만 '정상'이고,
'정상'으로 가는 삶이라 어쭙잖게 확신했다.
실습 짝이 된 동기들과도 엄청 싸웠다.
'내가 아이를 위해 하는 이 말들에 왜 딴지를 거는 거지?'
치료계획을 짜는데
나는 이렇게 이렇게 계획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의견을 내면
내 머릿속 프레임과 맞느냐, 아니냐 이걸 먼저 고려했다.
이제 막 실습을 통해 임상에 첫 발을 내디딘 내가
뭘 그리 안다고.
상대방의 의견을 왜 고려해 볼 생각을 안 했을까. 뭐 그리 잘났다고.
나는 마치 밤송이 속 밤 같았다.
마음은 이미 커다란 밤나무이고 싶은데
그때 나는 아직 땅에 심어지지도 않았고
밤송이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직 싹트지도 못한 채 단단한 밤송이 속에 또 단단한 껍질까지 뒤덮여 있는
그런 작은 밤 알갱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여다보기 전에 우선 '딴지'라고 생각했던 나.
타인의 '의견'을 '딴지'로 받아들이던 내가
타인과 소통할 생각이 없었던 내가
제대로 된 언어치료를 했을 리 만무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은 예비 언어치료사로 진행했던 대학시절 실습기간은
나에게 언어치료 임상을 실습하는 기간만이 아닌
앞으로 내가 나아갈 세상을 실습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열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지도 모른 채
나라는 편협한 세상의 눈으로 '욕심'을 부렸던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그러한 부끄러운 경험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운 과거라는 걸 알아차렸기에
지금 '이지샘'이라고 불러주는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