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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씨 Oct 21. 2023

에필로그


 이 글을 마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한 고민보다 써야 할 이야기라 썼고, 개인적으로 제 안에 오랫동안 모른척했던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불과한 번아웃, 무기력을 겪었기에 그저 써 내려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쓰는 것뿐이었어요.


이 업계에 발설되지 않은 이야기를 개인의 시각으로 말한다는 건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일이었고, 매번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회복지사로서 겪었던 부당함 그 밖의 복잡 다난한 이야기, 가면을 벗은 진짜 나, 끝내 내면의 성장과 희망을 떠올리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써 내려간 이유는 저와 같은 일을 겪거나 당신이 겪고 있는 힘듦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누군가에게 작은 해방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어요.


제가 떠난 그 자리에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글을 쓰는 내내 종종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가 모든 이들의 생각과 심정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기에 현장의 사회복지사의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다 자유롭게 발설되길 바라는 작은 욕심이 있습니다.


조직의 한 구성원이었던 사람으로서 편협한 시각과 감정을 최대한 배재하려 검열하고 또 검열했지만, 제 글 사이사이 분노와 좌절, 씁쓸함의 감정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네요. 그럼에도 저는 끝까지 희망하고 싶습니다. 좌절하고 절박할수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희망이라는 건,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희망이라는 단어는 자꾸만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으니까요. 누군가 또 모순이라 불릴지언정, 그래도 희망합니다. 좌절과 희망..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이 글이 일기에 가까운 글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누군가에게 남몰래 읽히는 일기여도 괜찮겠다 싶어요.


그 일기 속 내가 가면 속 진짜 나고, 내 일기를 읽는 당신도 혹 나와 같은 상황과 감정이었는지는 몰라도, 스쳐 지나갔던 무수한 일들 속에서 내 글을 비춰보며 있는 그대로의 그대들을 찾아가길 바래요. 결코 잃어서는 안 될 진짜 자신 말이에요.


이제 떠남이라고 하면 뭔가 서운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이 글을 읽은 여러분과 같은 방향에 서 있을 것입니다. 저의 바람이기도 하지요. 끝으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따스한 당신께 고마움과 응원을 표하고 싶습니다. 이만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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