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서 포기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식물이었다.
고양이에게 위험한 식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식물이 살 수가 없었다. 죄다 고양이가 야무지게 건드려 놓으니 식물이 시름시름 앓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심지어 꽃다발 하나도 다소 걱정이었다. 꽃병에 꽂아놓으면 엎어놓거나 꽃의 머리를 댕강댕강 다 잘라 놓으니 가뜩이나 짧은 꽃의 생명이 더욱 짧아졌다.
그렇게 산 지 10년이 훨씬 더 넘었는데 올해 엄마가 더는 못 참겠다며 식물을 키우겠다고 선언하셨다. 이제 푸르른 것 좀 보고 살고 싶다고 하셨다. 실로 고양이 키우기 전만 해도 각종 식물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오래 참으신 것이기도 했다.
나 역시 식물 좀 키우고 싶다고 생각은 했던 터라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결국 다육이를 시작으로 조그마한 것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직접 분갈이를 하며 흙을 만지고 물을 주는 행위가 별 것 아닌데 무척 힐링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자고로 흙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몸소 체득하는 시간이랄까.
그렇게 바뀌어서 그런 걸까. 올해부터 예상하지 못하게 식물을 선물 받고 있다. 어제도 전혀 예상도 못한 칼라(카라)를 선물로 받으며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에게 식물을 선물로 주는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내가 요즘 식물 키우고 있다고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광고한 적도, 그걸 추측할 만한 행동도 한 적이 없는데도 화분이나 농작물 등을 주섬주섬 받아가지고 오는 날이 늘었다. 덕분에 집에 내 돈 주고 산 것 반, 남에게 받은 것이 반이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니 식물이 나에게 들어온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조금 바뀐 걸 세상이 전부 다 아는 것 같다. 무언가 흐름이 달라진 것도 같다.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엄마에게 “내가 금을 모으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금을 선물로 줄까?“ 했더니 엄마가 정말 지그시 쳐다보며 한심해 하신 것도 비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