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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y수 Apr 30. 2024

살찌는 운이 있나요!?

이번주에 한번 더 수업 올게요.


PT수업이 끝나고, 마음과 달리 다음 수업을 또 잡아 본다. 3년 정도 PT를 받다 작년 11월부터 이사준비를 이유로 쉬었다. 다양한 운동을 해 보았지만 나는 돈 안 들이고 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라 깨달았고, 함께 어울리는 운동도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요가수업도 개인 강습을 받아야 마음이 편한데, 너무 비싸기도 하고 운동한 것 같지 않은 느낌에 자꾸 시작하다 포기해 버린다. 뒷다리가 뻐근하고 운동한 맛 나는 헬스가 잘 맞기는 하지만, 역시나 혼자서는 하다 말아 PT 선생님을 찾아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수업도 저렴하지는 않지만 생존운동의 개념으로 주 1회씩 나갔었던 것이다. 그런데 살이 쪄서 옷이 안 맞기 시작하니, 옷 값이 아까워 PT를 받기 시작한다.



과거! 신체검사 결과지


나는 키가 170cm이다.

키가 크다 보니 살이 쪄도 당장은 티가 덜 나는 몸이다. 그런데 스멀스멀 찌기 시작하면, 살이 키에 녹아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되돌리기 쉽지 않다. 나는 고3 때 몸무게가 65kg을 넘어가며 큰 덩치와 하체 비만의 전형을 보여주었지만, 찐 살이 괴롭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대학 가면 절로 예뻐진다고 했었고, 믿었다.


알고 있겠지만 거짓말이었다.

대학 가서 어설픈 화장으로 얼굴을 꾸며볼 수는 있어도, 몸은 커버가 안되었다. 더군다나 대학의 꿈과 인맥을 주량으로 펼쳤으니, 살은 더 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던 과 대표 선배와 사귀게 되었다. 그가 나의 첫 남자 친구였는데 문제는 키가 나와 똑같았다. 아니 신발 벗으면 나보다 작았다. 하지만 워낙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나보다 작은 줄 나중에 알았다. 진짜 문제는 나의 허벅지가 선배의 다리보다 많이 굵었다.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어 다리 가려지는 롱스커트를 사고 또 샀지만, 안타깝게도 덩치를 더 커 보이게 할 뿐이었다. 살 빼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나보다 날씬한 선배와의 첫 연애는 그리 짧게 끝나버렸다. 헤어진 이유가 허벅지 때문은 아니라 간절히 믿고 싶었다.  


대학교 3학년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건너편에 또래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나를 보며 쑤근거렸다. 나쁘지 않은 듯한 시선에, 목도리로 감싸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순간 그 남자들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순간 깨달았다. 맞아 나는 입이 튀어나온 게 문제야. 원래도 교정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라, 남자 둘이 무슨 얘기를 했건간에 내 해석을 갖다 붙여 엄마를 졸랐다. 대학교 3학년에 교정을 시작하니, 결국은 회사 입사해서 끝나게 되었다. 일명 철길 교정이 가장 정석이라는 말에 혹하여, 꽃다운 나이에 철길을 깔고 살았다. 소개팅이며, 입사 면접이며 모두들 나에게 철길교정을 왜 하고, 언제 끝나냐 물었다. 투명 교정기도 많다는 것을 철길을 깔고 알았으니 참 성급했다.


덕분에 얻은 것이 있다면 체중감량이었다.

철길은 철사가 밖으로 많이 삐져나와 움직일수록 아프고 피가 났다. 특히 정기검진을 가서 교정기를 더 쪼이고 오는 날이면, 일주일은 죽만 먹었다. 입 안에 굳은살은 생기지 않기에, 그렇게 몇 년을 익숙하지 않은 아픔을 반복하며 살았다. 몸무게가 51kg 정도로 빠지게 되고, 그 이후로는 어떤 남자를 만나도 내 허벅지가 더 굵진 않았다.


출처 : Pexels

연예인 임신사진은 배만 나오지만, 나는 역시 아니었다. 입속에 피맛을 보며 뺐던 살이 결국 20kg 다시 쪘다. 첫째 출산하고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다 보니 다이어트할 시간이 진짜 없었다. 둘째를 낳고는 더 빼지 않으면 셋째를 가져야 빠진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을 뺐다. 그런데 알겠지만, 연년생의 아이 둘을 끼고 있으면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잠도 못 자고 둘을 보다 보니 적정한 몸무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나의 몸무게와 인생의 고난은 반비례였다.


한번 살을 빼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남들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 나 스스로 내 몸무게에 대한 만족도가 커져서 다시는 살이 찌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고3 때 몸무게를 향해 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예전보다는 덜 초조하고 덜 괴롭다. 날씬한 몸으로 예쁜 옷을 입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몸의 근육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와 배가 너무 나오면 옷을 다시 사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살을 빼려 하고 있다.



사주팔자에 살이 찌고 빠지는 것도 나올까? 우선 답부터 말하면 예측이 가능하다. 내가 살이 쪄서 굳이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운에 따라 살을 빼고 찌는 것이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관성 기운이 사주에 많은 경우 사회적 시선에 대한 예민도가 높기 때문에 살이 덜 찌고 체중 관리를 잘하게 된다. 남들의 기준과 세상의 평가가 중요하기에 외출할 때는 불편하더라도 갖춰진 깔끔한 스타일 복장을 선호한다. 어깨의 뽕이 나의 자신감인 것 같은 느낌을 떠올려 보면 된다.


반대로 식상이 많은 경우, 몸에 편한 옷을 선호한다. 재질이 좋고 입었을 때 편한 것이 첫 번째 기준이다. 그리고 일명 먹을 복이 많다고 하는 기운이라, 먹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난 식사는 더 즐겁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정말 힘들다. 특히 남들의 평가나 시선이 나의 즐거움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고 노력하지 않는 한은 살찌기가 매우 쉽고 빼기는 어렵다.


나는 작년부터 대운에서 식상운이 흘러 들어오며,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전적으로 운이 모든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많은 시간 애쓴 결과가 운을 만나면, 운이 안 맞을 보다는 좀 더 잘 나타나진다고 생각한다. 마치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가고 싶은 방향으로 순풍이 불어주는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남들의 시선 속에 살아가는 나 자신이 싫었고, 그 구덩이 속에서 나오려 많은 애도 쓰고 눈물도 흘렸다. 지금은 괴로웠던 시간들에 비하면 정말 자유로워졌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남들의 시선 때문에 유지했던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 혹독했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의 몸무게가 늘어난들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몸무게는 잘 유지했겠지만, 그러기 위해 내가 때린 채찍은 나를 살찌면 별로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도 나도, 나를 채찍질했으니. 나 참 아프고 외로웠겠다.

몸무게가 늘어나도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냥 그것도 나 인 것이고, 몸무게가 늘었다면 그동안 즐거웠나 보다 싶으면 되는 것이니. 건강을 위해 빼기로 마음먹었지만, 내가 또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면 몸무게가 얼마가 되건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마음이다.


운 덕분이고 운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내 마음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오만해지기 싫기에, 내가 모르는 “나를 위한 세상의 애씀”을 운이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도 배가 너무 나와 불편하니 저녁은 고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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