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왕좌에서 검열의 제물로 전락한 미국 심야방송의 참극
2025년 2분기 미국 심야 토크쇼 시청률에서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의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가 242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지미 키멀(Jimmy Kimmel)의 '지미 키멀 라이브!(Jimmy Kimmel Live!)'가 177만 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두 프로그램은 11시 35분 황금시간대뿐만 아니라 전체 심야 시간대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ABC는 지미 키멀 쇼를 지난 17일 "무기한 중단"했고, CBS는 7월에 콜베어의 프로그램을 내년 5월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시청률 상위권을 독점하던 두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지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키멀 쇼 폐지의 직접적 계기는 최근 피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 사건에 대한 키멀의 발언이었다. 키멀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커크를 죽인 용의자가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 필사적이다"라고 말했는데, 이틀 후 방송이 중단됐다.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위원장 브렌던 카(Brendan Carr)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방송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동료 진행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스티븐 콜베어는 디즈니 경영진을 향해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위협에 굴복했다"며 맹비난했고, 존 스튜어트(Jon Stewart)는 '데일리 쇼(The Daily Show)'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기자 마리아 레사(Maria Ressa)를 인터뷰하며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6개월 걸렸다면, 트럼프는 취임 100일 만에 해냈다"고 조롱했다.
세스 마이어스(Seth Meyers)는 '레이트 나이트(Late Night with Seth Meyers)'에서 트럼프를 찬양하는 듯하면서도 "내가 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건 AI 때문"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의 저항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ABC의 모회사 디즈니가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디즈니는 현재 대규모 합병을 추진 중인데, FCC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수조 원이 걸린 합병 승인을 위해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는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CBS 역시 트럼프가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인터뷰 편집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 합의금을 지불했는데, 이 역시 FCC 승인이 필요한 합병 건과 무관하지 않다.
심야 토크쇼 전체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 밀려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정부 압력에 더욱 취약해졌다. 과거 수백만 명이 시청하던 시대와 달리, 현재는 200만 명대도 최고 시청률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지미 팰런(Jimmy Fallon)의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도 119만 명으로 3위에 그쳤다.
미국의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압력이 결합될 때 언론의 독립성이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대기업이 소유한 미디어의 경우, 본업에 필요한 정부 승인 과정에서 편집권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시청률로는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토크쇼들. 웃음 마저 검열당하는 미국에서의 토크쇼 진행자들의 '마지막'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