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상품의 가치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이다. 그래서 브랜드 제품은 일정 부분 신뢰할 만하다. 더해서 브랜드 자체를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표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80~90년대에는 빅로고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의 커다란 로고는 팀플레이의 상징이나 팬덤을 나타내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박아 넣은 옷을 입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외국인의 이름을 마치 내 이름표처럼 달고 다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을 ‘캘빈’이라고 부르던 장면처럼 말이다. 그보다도 회사 이름이나 학교 이름이 크게 새겨진 옷을 입는 것은 더 이상하다. 직원도 학생도 아닌 사람이 입고 있는 모습을 실제 그 조직의 관계자가 본다면 얼마나 어이없겠나?
물론 젊은 시절에는 이런 패션이 ‘힙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신발을 꺾어 신거나 모자를 눌러쓰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큼지막한 로고가 박힌 옷을 입는 것은 멋있다기보다 오히려 촌스럽고 상스럽게까지 보일 수 있다. 마치 바이크 배기량을 자신의 능력인 양 과시하며 시끄럽게 달리는 양아치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가치는 말투와 행동에서 드러난다. 브랜드 네이밍이 나의 가치를 높여줄 거라 믿는다면, 그것은 곧 내 가치가 브랜드보다 아래에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