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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한복은 제발

by 심상보

나의 박사논문은 한국전통복식의 현대화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인사동에서 시작해 현대화에 성공한 개량 한복 베이스의 브랜드 '이새'의 디렉터를 했다. 한복에 대하여 또는 한복 현대화에 대하여 전문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개량 한복‘은 입지 말라고 얘기한다!


개량 한복이 옷인 건 맞지만 한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현대화된 한복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일종의 변종이다. 도사나 스님처럼 세상에 달관한 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에 나오고 싶은 사람들이 입는 이상한 옷이다. 진짜 한복을 입기는 불편하고, 관리하기도 힘드니 대신 입는, 한복 비스름하게 생기고 후줄근한 그 옷은 한복이 아니다. 후줄근한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중에 혹시 이 옷에 뭔가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해다.


한복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특별한 상황과 장소에서 입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애매한 한복이다. 그보다는 한복의 특징을 콘셉트로 가져와 현대적인 디자인하는 것이 패션이다. 한복의 색상 대비, 액세서리나 디테일, 전체적인 실루엣을 가져와 현대적인 의상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 한국 스타일 또는 한복 스타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천연소재라고 주장하는 거칠게 직조한 마나 면을 소재로 한복의 재단도 아닌 서양복식의 재단 방식을 이용해서 만들고, 고름은 불편하니 없애고 매듭단추로 여미는 그 옷은 그냥 못생긴 옷이다. 개량 한복을 입는다고 철학이 있고, 자연을 사랑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냥 구질구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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