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정장이 한여름에 멋진 스타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미해군 정복이 정말 잘 어울리는 리처드기어가 출현했던 영화 '사관과 신사'가 흥행한 80년대에는 흰색 정장이 멋쟁이 사이에서 유행했었다. 90년대에도 옷 잘 입는 사진작가 김용호 님이 흰색 재킷을 입고 '카페드플로르'에 멋지게 앉아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흰색 정장을 입은 신사가 많았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해방 초기에 흰색 정장차림은 멋쟁이 신사의 복식으로 여겨졌다! 이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럽 휴양지의 30~40년대 흰색 슈트 스타일이 영향을 준 것도 같고, 우리나라와 동아시아가 모두 전통적으로 흰옷을 선호하여 서양 정장 스타일 중에 흰색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된다!
물론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흰색 정장을 입을 수 있지만 그건 연예인이나 하는 짓이다. 일반 중년 남자는 안된다. 구두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고 빨간 넥타이를 하는 만행이 아니더라도 흰 바지만으로도 어색함이 넘친다. 특히 여름 흰 바지는 비친다! 보인다! 흉측하다!
흰 바지를 많이 입지 않다 보니 코디할 상의가 마땅하지 않고 신발도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더 이상하게 보인다. 그리고 흰색은 몸매를 더욱 드러나게 한다. 스키니진을 절대 입어선 안 되는 것처럼 흰 바지도 조심해야 한다. 흰 바지는 휴가 가서 휴양지에서 입도록 하고 넣어두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