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패션이 욕을 먹을 일인가?
영포티라는 용어가 온라인에 많이 보인다. 대부분은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젊은 층의 조롱 같은 느낌이다. 마케팅 용어로 몇 년 전에 많이 썼던 말인데 이제는 온라인에 밈처럼 떠다닌다. 대략 내용은 40대 남성이 젊은 감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스냅백 모자를 쓰고, 한정판 나이키를 신고, 브랜드가 선명한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AI로 만들어져 돌아다니기도 한다. 지금 40대면 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의 20대 시절에는 아이폰이 처음 나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니트족, 딩크족, 욜로족 등 이전 세대와 다른 다양한 삶의 형태가 나타나던 시절이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풍요를 느꼈지만 전통적인 윗세대의 가치관과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의 아랫세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이 20대 젊은이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세대를 규정짓고 세대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은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려는 사람의 습성과 시대마다 끊임없이 변하는 가치관과 사고방식 때문이다. 영포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조롱도 윗 세대의 기득과 소통의 문제를 그들의 특정 패션 스타일로 라벨링 하고 규정 짖는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다. 특별히 관계가 없는데도 스타일만으로 혐오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기서는 그들의 패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조롱이 되는 영포티 패션은 그들이 입은 유명한 브랜드다. 브랜드가 정확하게 드러나도록 로고 자수가 있거나 프린트가 크게 박혀있는, 티셔츠 한 장에 15만 원 이상하는 비싼 브랜드들이다. 2000년대에 패션계의 젊은 신입들은 해외 출장을 가면 유행하는 브랜드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틈틈이 매장을 돌아다니다 욕을 먹곤 했다. 패션 계통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패션 트렌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스타일이 좋은 유명인이 입었거나, 트렌드를 잘 아는 친구가 알려주는 핫한 브랜드를 입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는 돈이 없어 쉽게 사지 못했다. 40대가 되어 여유가 생겨 젊어서 사지 못했던 패션 제품을 맘껏 사서 즐기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문제인가?
자기가 입고 싶은 옷, 자기 돈 주고 사 입는다는데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흔한 세대갈등으로 만 보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유한 물건에서 찾으려는 낮은 자존감에 있다. 영포티라고 조롱하는 스타일은 유명브랜드를 입은 모습이다. 이들이 그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 브랜드를 입으면 트렌디해 보인다고 누군가 알려줘서다. 그냥 그 스타일이 좋으면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옷을 선택해서 입어도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를 입어서 자신을 라벨링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진짜 문제다. 누군가의 스타일 조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아직 익숙하지 않은 패션 감각과 한정된 패션 정보를 맹신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브랜드가 시절이 지나도 그들에게 습관처럼 남아있다. 지금 20대에 비하면 2000년대의 20대는 훨씬 촌스럽다. 스타일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지 못하고 브랜드가 스타일이었던 시절에 젊은이들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소유물을 빌어서 자기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은 돈자랑, 힘자랑처럼 저급하다. 진짜 좋아하는 그림이라면 누가 그린 것인지 상관없이 너무 좋아야 하는 것처럼, 패션도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인지 생각해 보고 확신이 들어야 자신의 스타일이 생긴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입어라. 20대 입었던 스타일은 당시 찬란하게 빛나던 젊은 자신에게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