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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선글라스 쓰지 않기

by 심상보

종종 길거리에서 선글라스를 쓴 중년을 본다. 햇빛이 내리쬐는 날도 아니고, 눈다래끼가 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짙은 라이방(Ray-Ban)을 쓰고 돌아다닌다. 선글라스를 쓰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어디를 보는지 상대방이 알 수 없다.


사람의 눈이 다른 동물에 비해 흰자위가 넓은 이유를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는 사람의 속성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그만큼 사람은 상대방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를 쓴 사람에게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다. 불안감을 두근거림과 헷갈려서 선글라스를 쓴 모습은 멋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유명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선글라스를 쓴 모습을 좋게 본 사람에게는 선글라스라는 아이템을 뭔가 멋진 스타일의 전형(典型)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올스테이트 푸치(Allstate Puch)를 타고 있는 제임스딘, 헬맷도 없이 담배를 물고 레이벤을 쓰고 있다. 이거 70년 전이다.


그리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선글라스를 쓴다. 사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캘리포니아만큼 햇빛이 강한 날이 많지 않다. 그리고 멜라닌 색소가 많은 동양인의 눈은 빛에 강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실내등도 엄청 밝게 켜놓고 지낸다. 햇빛 때문이라면 선글라스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다지 필요 없다.


나이를 먹은 사람이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첫째 품위가 있고, 둘째 지혜가 있고, 셋째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이 세 가지와 정 반대다. 도드라 지고, 쎄 보이고,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다.

선글라스가 멋져 보이는 장소는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는 휴양지다. 예전에는 자동차운전을 할 때 갑작스러운 불빛에 시야를 잃지 않기 위해서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차에 선팅이 되어 있어서 필요 없다. 오토바이는 헬맷을 반드시 써야 하므로 선글라스만 쓰고 다닐 수도 없다.


선글라스도 때와 장소에 맞게 옷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코디하면 당연히 멋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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