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 팬츠는 단어 뜻대로 화물 운반일을 하는 사람들이 입던 워크웨어가 원형이다. 선박화물이라는 뜻의 카고(Cargo)는 Cagot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Cagot는 유럽의 천민 집단을 이르는 말이다. 후에 거친 노동을 하는 노동자라는 의미로 쓰였다. 카고 팬츠는 항구에서 거친 일을 하기 위한 옷으로 튼튼한 원단으로 만들었고, 일하기 편하도록 커다란 주머니가 허벅지에 달려있다. 영국군이 카고의 특징인 허벅지 주머니가 있는 디자인을 군복에 도입했고, 이 모델을 미군이 개발하여 보급하면서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초기 미군의 카고인 ‘M42 필드 팬츠’는 후에 디키즈(Dickies)가 만든 치노 팬츠(Chino Pants)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치노는 발음처럼 중국을 의미한다. 싸고 튼튼한 중국면으로 만든 바지가 치노 팬츠다. 아베크롬비가 엄청 팔았던 카고 팬츠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개발된 M51 모델을 레퍼런스로 한다. 이 모델은 한국 전쟁에서 사용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하다.
카고 팬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이러하다. 그런데 지금 유행하고 있는 와이드 핏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바지는 이 바지가 아니다. 그냥 유행하는 바지다. 젊은 연예인들이 입은 와이드 핏 바지를 카고 팬츠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오리지널 카고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그래서 카고가 유행하는 줄 알고 진짜 카고 팬츠를 입으면 안 된다.
전투복이 일상복으로 유행하는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군대에서 흘러나온 오리지널이 유행한다. 그 후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슷한 제품이 유행한다. 그다음은 원래 형태는 사라지고 특징만 반영한 새로운 아이템이 유행한다. 요즘은 원형이 뭔지 디자이너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야상으로 예를 들면, 625 전쟁 직후에는 미군 야상을 그대로 입거나 검게 염색해서 입었다. 80년대 대학생들은 군대에서 입던 야상을 입거나 야상(US M65 field Jacket)과 비슷하게 만든 재킷을 입고 데모를 했다. 그리고 2000년 이후에 유행한 야상은 원형과 전혀 상관없이 만든 패션 아이템이었다.
카고 팬츠는 한동안 워크웨어가 유행하면서 많이 입었다. 하지만 지금 유행하는 카고는 그때 그 카고가 아니다. 지금 오리지널 야상 입고 돌아다니면 간첩으로 신고될 수도 있다. 지금 카고 팬츠를 입으면 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