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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새로운가?

by 심상보


신(神)이 아닌 이상 누구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직면한다. 새로운 것은 처음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고, 경험했지만 기억에서 사라져 새롭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디자인을 얘기할 때 ‘새롭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처음 느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연에 있는 것이나, 또는 기존에 있던 인공물에 다른 요소를 더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파란색으로 칠한다면 녹색과 빨간색의 사과만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식된다. 사람만큼 커다란 사과를 그린다면 같은 이유로 새롭다.

그런데 대상에 대한 인식은 대상과 결합된 감정의 포괄적인 인식이다. 사람은 새로운 대상을 대할 경우, 기억하고 있는 도식에 따라 '이것은 어떤 것이다!'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그 개념에 추가된 정보와 감정을 결합시킨다. 예를 들어 사과를 그린 그림을 보고 '사과'라고 판단하지만 곧바로 사과 주변에 함께 그려진 물체들을 보고 '거대한 사과'라고 인식하고, 그것을 인식한 순간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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