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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달하고 싶은 지점

by Will

대부분의 수학자가 수학연구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려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는 않다.

만약에 머신러닝이나 응용수학과 연관이 있는 전공이라면, 기업연구소에 취직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수학자가 택할 수 있는 직업은 대학교의 교원이다.


나는 석사를 마치고 좋은 기회로 공군사관학교에서 교수요원으로 3년을 복무했었다. 장차 국가의 중요한 한 축을 지키는 장교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였고, 장교로서,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여러가지 직업 윤리를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기회이기도 했었다. 이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으로 올 기회를 잡은 것도 사실이지만, 내 직위와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했을 때의 무게를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서 연구실에 자주 놀러왔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중에서는 인스타그램으로 지금도 연락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정말 훌륭한 사관생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사람으로서도 훌륭했던 학생들로 기억한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여러가지 일로 회의에 가득한 얼굴로 왔을때, 그들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때도 있었고, 위로를 할때도 있었다. 가끔은 교육자로서 필요할 때는 군대의 논리에 맞춰 훈육을 할 때도 있었다. 이젠 세월이 지나서 임관하여 각자 부임지에서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키는 기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 여러가지 사유로 공군에 있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데,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해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였다.


나는 정말 좋은 선생들을 많이 만났고, 선생들의 열정과 가르침이 지금의 내가 될 때까지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그만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인격체에게 할 수 있는 정말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도 하며, 실망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훌륭한 스승들의 열정과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가르침은 다른 인격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의 삶에 새로운 불을 지피기도 하고, 때로는 그 불을 꺼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같이 재직했던 직장 동료가 쓴 책을 보며, 시몬 베유의 말을 배웠다. 시몬 베유는 진정한 공부는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데서 시작한다고 봤다. 직장동료는 공부해서 관심의 힘을 키우고, 남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곧 좋은 인성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수많은 스승 중, 나에게 푸리에 해석학을 가르친 교수님이 말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불을 키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모닥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열정을 오래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말로 들렸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과감히 많이 알려고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또한 내가 과연 그간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그런 사람이었는지를 되묻는다.


오늘 학과에서 세미나 발표를 했었다. 새로운 연구주제에 뛰어들었던 개인적인 동기를 설명했다. 우리학과는 정말 다양한 수학을 공부하는데, 그 중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작년에 학과에서 내가 세미나로 수업을 열었고, 그 과정 끝에 두 논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막 깊숙히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 연구된 수학 모형이 있다. 이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두 기둥을 뚫고, 한쪽에는 물을 주입해서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그 압력으로 기름을 추출해 낸다. Morris Muskat이라는 사람이 그 물과 기름 사이의 경계면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다룬 방정식을 유도했는데, 지금도 많은 수학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표면장력이 존재하지만, 수학적인 어려움때문에 이 표면장력을 무시할때가 많고, 이로부터 많은 흥미로운 해가 발생한다. 심지어 이 방정식은 전형적인 열방정식류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선형항이 매우 복잡해서, 전형적인 열방정식에서 나타나는 정칙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해는 표면장력을 고려한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증명할 지는 지금도 모르겠고, 언제 이 문제를 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어진 미분방정식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내가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는, 방정식이 대역적으로 해가 존재한다는 걸 보이는 걸 말한다. 즉, 어느 시간에 있던, 초기조건이 적절히 주어진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바로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던 근간인 미분방정식의 힘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풀고 싶은 문제에는 다가가지도 못했지만, 지금 내가 아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걸 푼다고 세상이 바뀔까?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우리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보다 더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자연의 언어를 얻게 될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내가 수학을 연구하고 있는 동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수학은 나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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