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수학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두려웠다.
내가 그만한 능력이 부족해서 수학을 못할까봐 항상 두려웠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때까지 무엇인가 끈기있게 한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었다. 실제로 관심이 하나 잠시 생기면 금방 식어버리고, 그나마 한 때 재밌게 했던 건 철도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랑 생물 공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두 공부도 무엇인가 나한테 어울리는 옷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철도게임은 결과적으로 내가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었기에 실제로 구현해야 할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그렇게 코딩할 수 있는 힘도 부족했다. 생물공부를 하기에는 나는 모기는 잡을 수 있어도, 생물 실험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전혀 없었다.
재수를 하면서, 내가 알게된 수학의 멋, 그리고 수학을 만들어 나아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열정을 느끼고, 나도 내 열정을 부으면서 나다워질 수 있는 경험을 처음으로 대학에 와서야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수학을 그만두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그 대답을 알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나는 내 주변의 수학자보다는 끈기가 부족한 편에 속한다. 주변의 친구들처럼 큰 문제를 풀겠다는 큰 야망도 없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유의미한 연구결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연구결과,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되고 싶었다. 내가 수학자로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면, 열정과 더불어 여러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빨리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배우는 것이 나에게 너무 즐거웠고, 그 사람들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열정을 다한 톡을 들으면 감동한다.
옛날에 주변 사람들은 나 라는 집합에 수학이란 집합을 빼면 공집합이라는 말을 했었다. 이상하다는 소리를 그간 들어왔었다. 그러나 나는 수학을 통해 배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이제 온전히 받아들였고, 그 시선으로 세상의 많은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수학의 가장 좋은 점은 많은 다양한 관점을 최대한 익혀야 한다는 것도 좋았고, 인류의 많은 것들은 답이 없지만, 적어도 수학은 어떤 논리 안에서는 참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을 때, 그리고 수학은 나에게 그간 목소리가 없던 사람에서, 목소리를 만들어준 존재다. 그것 때문에라도 수학을 그만두는 일은 없길 바라면서 지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게 중요한 일이고, 내가 하는 문제에 더 열정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