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혓바닥
'아저씨는 왜 혓바닥을 내 입 안에 넣었을까?'
나는 여섯 살이다.
엄마가 슈퍼에서 저녁 반찬에 쓰일 냉동고기를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나는 돈을 받은 뒤 노란색과 검은색의 주머니가 달린 두꺼운 초록색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에 벗어나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슈퍼가 나온다.
길가에 서 있는 기다란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고 있는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건다.
"꼬마야."
나는 걸음을 멈춘다.
"5월 5일 백화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하는데, 연극도 볼 수 있고, 여자애들한테는 지갑도 선물도 주니까, 꼭 오도록 해."
"네."
대답을 하고, 나는 아저씨를 뒤로 한 채 슈퍼를 향해 걷는다.
작은 집들 사이로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뒤에서 뛰어오며 나를 부른다.
"꼬마야."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아저씨는 내 앞에서 멈춰 숨을 고르고 무릎을 꿇는다.
아저씨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아저씨 얼굴이 내 얼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아저씨 혓바닥이 내 입 안으로 쑥 들어온다.
아저씨의 축축한 혓바닥이 내 입 안에서 꾸물댄다.
아저씨는 내 두꺼운 초록색 외투의 지퍼를 반쯤 내린다.
아저씨는 내 목과 가슴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나는 얼음이 된다.
얼음이 된 것 마냥 가만히 있는다.
조금 뒤 아저씨는 나의 외투 지퍼를 올린다.
"이제 가도 돼."
나는 다시 슈퍼를 향해 걷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아저씨가 나에게 무엇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저씨는 왜 혓바닥을 내 입 안에 넣었을까?'
기분이 좋지 않다.
슈퍼에 도착해 엄마가 사 오라고 한 냉동고기를 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생각한다.
'아저씨는 나한테 무슨 행동을 한 것일까?'
'아저씨는 나한테 왜 그랬을까?'
집으로 가는 길,
오랜 생각 끝에 마침내 나는 아저씨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저씨는 내가 예뻐서, 예쁘다고 표현한 것이다.
어른들은 종종 내게 예쁘다며 볼과 입술에 뽀뽀를 한다.
물론 혓바닥을 입 안에 넣지는 않지만......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엄마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기분이 매우 좋다.
냉동고기를 손에 들고 집으로 뛰어간다.
엄마에게 냉동고기와 거스름돈을 드리며 나는 매우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어떤 아저씨가 나 예쁘다고 입이랑 목이랑 가슴에다가 뽀뽀했어요. 입 안에다가 혓바닥도 넣었어요."
나는 신이 나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엄마가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엄마가 칭찬해 줄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짝!'
엄마가 내 뺨을 있는 힘껏 후려갈긴다.
어느새 엄마는 빨간 파리채를 거꾸로 들어 내 머리와 몸통, 다리를 쉴 새 없이 때린다.
'퍽! 퍽! 퍽! 퍽!'
엄마는 때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이 미친년아! 더러운 년! 이 더러운 년아! 쓰레기 같은 년! 빨리 가서 혓바닥이랑 몸 씻어! 이 창녀 같은 년! 도대체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이 더러운 년아!"
'퍽! 퍽! 퍽! 퍽!'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나 나를 때리는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내 다리에서 피가 흐른다.
피범벅이 된 내 몸에 비누칠을 세 번, 혓바닥에 칫솔질을 세 번 한다.
그러면서도 혼란스럽다. 아프다. 무섭다.
무섭고 아프고 혼란스럽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저씨가 내 입 안에 혓바닥을 넣고 목과 가슴에 뽀뽀를 한 건, 내가 예뻐서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더러워서였다는 것을.
몇 달 뒤,
어느 여름날,
학교 앞에 그 아저씨가 보인다.
아저씨는 내 또래 여자애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나는 멀리 떨어져 길을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