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왜 내 눈에만 가위가 보이지 않는 걸까?'

by pq

나는 여섯 살이다.


나에게는 가장 두려운 순간이 있다.

엄마가 무엇인가를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킬 때이다.

내가 빨리 가져오지 못하면, 맞는다.


"야! 부엌에서 가위 가져와."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부엌으로 재빨리 간다.

부엌 서랍을 연다.

식기 건조대를 본다.

싱크대 안도 살펴본다.

벽걸이를 훑어본다.

수저통을 뒤진다.

바닥 구석도 살펴본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눈에는 가위가 보이지 않는다.


"뭐 하고 있어! 빨리 가위 가져오라고!"


짜증 섞인 엄마의 고함 소리가 시작된다.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한다.

오금이 저린다.

땀이 난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가위가 보이지 않는다.


"야! 너 뭐 하고 있어!"


화가 잔뜩 난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부엌으로 다가오는 엄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난 이제 죽는구나.'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하느님, 제발, 제발, 가위 찾게 해 주세요. 가위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무리 찾아봐도 가위가 보이지 않는다.


'짝!'


어느새 부엌으로 들어온 엄마가 내 뺨을 후려갈긴다.

감고 있는 눈에서 순간 번쩍하고 빛이 지나간다.


"대가리에 똥 들은 년아! 가위 하나 가져오는 것도 못해서 세월아 네월아 이러고 있냐! 넌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너 지금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지!"


벌겋게 부풀어 오른 얼굴 앞에서 엄마는 내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가위를 눈에 찌를 듯이 가까이 가져다 댄다.


'왜...... 내 눈에만 가위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탁!'


가위로 내 정수리를 한 대 때리고 거실로 엄마는 돌아간다.


그렇게 공포의 순간을 간신히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나를 또다시 부른다.


"야! 화장실에서 손톱깎이 가져와!"


심장이 쿵쾅댄다.

오금이 저리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정신이 또다시 혼미해진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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