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곱 살이다.
우리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호두 맛 아이스크림이 배달된다.
커다랗고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호두 맛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의 표정이 무섭다.
엄마 손에는 파리채가 거꾸로 들려있다.
뱃속에서 쇳덩이 하나가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너! 아이스크림 먹었지!"
다자 고자 엄마는 나에게 호두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는지 묻는다.
호두 맛 아이스크림 통이 1/3 비어있다.
나는 먹지 않았다. 호두 맛 아이스크림.
"아니요."
'퍽! 퍽! 퍽! 퍽!'
엄마의 매질이 시작된다.
다리, 팔, 머리, 허리... 정해놓지 않고 마구잡이로 때린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네가 먹었잖아!"
'퍽! 퍽! 퍽! 퍽!'
너무 아프다.
울면서 대답한다.
"아니요. 안 먹었어요. 잘못했어요."
'퍽! 퍽! 퍽! 퍽!'
엄마는 더욱더 세게 나를 때린다.
"내가 거짓말하지 말! 랬! 지!"
'퍽! 퍽! 퍽!'
엄마는 있는 힘껏 다해 나를 향해 매를 내리친다.
입술과 무릎에서 피가 나기 시작한다.
이제는 익숙한 맛이다. 핏맛.
"안 먹었어요, 엄마, 잘못했어요."
'퍽! 퍽! 퍽! 퍽!'
매질은 멈추지 않는다.
엄마는 갈수록 있는 힘껏 다해 때린다.
"내가 거짓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했어! 안 했어! 빨리 사실대로 얘기 안 해?"
'퍽! 퍽! 퍽! 퍽!'
내 얼굴은 눈물, 콧물, 핏물, 범벅이다.
"안 먹었어요. 잘못했어요."
정말 나는 먹지 않았다. 호두 맛 아이스크림.
"그럼. 네 동생이 키도 안 닿는데 냉동실 문을 열고 먹었다는 거야? 너 말고 먹을 사람이 어디 있어! 너! 거짓말 안 하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내가 그만 때릴게."
나는 정말 아프고, 그만 맞고 싶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만 맞고 싶다.
"네...... 제가 먹었어요......"
나는 정말, 먹지 않았다. 호두 맛 아이스크림.
그런데 먹었다고 말하면 때리지 않겠다던 엄마는 더 세게 있는 힘껏 나를 때리기 시작한다.
'퍽! 퍽! 퍽! 퍽!'
"그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어디서 거짓말을 해! 내가 오늘 아주 네 버릇을 고쳐 놓겠어!"
'아악~'
너무 아파서 비명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퍽! 퍽! 퍽! 퍽!'
한참을 때리고서야 엄마는 꼴도 보기 싫다며 어서 피를 씻으라고 한다.
따가움과 아픔, 서러움에 울며 흐르는 피를 씻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가 말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엄마는 남동생을 품에 안은채, 나를 보며 씩 웃고 있다.
소름이 끼친다.
그날 저녁 알았다.
아빠가 먹었다. 호두 맛 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