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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Oct 20. 2022

27.  복병



  추석이 코 앞이다.

  결혼한 아들은 신혼여행을 갔고 막내딸은 사위가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어 손주 둘을 데리고 독일로 나갔다. 서울에서 일을 하는 딸은 추석에나 온다고 한다. 전주에 사는 딸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했다.

  아이들이 넷이나 되는데 쓸쓸한 추석을 맞이할 것 같다.   

  올 사람이 없으니 간단히 지내기로 작정을 했다. 나물거리를 다 사다 놓았으니 한갓지기도 하다. 오전 내내 나물을 무치고 산적거리도 재어 놓고 여유가 생기자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은 그동안 내가 해 치른 좀돌팥과의 전쟁에서 얻은 승리감을 즐겨 보려는 심산이었다.

  어디를 가도 말쑥하다.

  이제 막 물을 들이고 있는 나무나 풀들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막 이발을 한 것처럼 보였다.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은 곳들은 좀돌팥 줄기에 감겨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분수대와 정자를 지나 아파트 두 동 사이 샛길을 지나 학교가 보이는 쪽으로 가다 무심코 발길을 왼쪽으로 움직였다. 오른쪽에는 철쭉과 꽃댕강나무가 있는데 거기 나 있는 좀돌팥도 다 뽑아 주었다. 벽 쪽에 있는 화살나무 아래서 올라오고 있는 것도 다 뽑아 주었다. 그리하니 발길이 여유로울 수밖에.

  그런데, 숨이 턱 막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마이 갓뜨!

  가시나무들이 온통 좀돌팥에 뒤덮여 있는 광경이 확 들어왔던 것이다.  

  헉!

  복병을 만난 나는 뒷머리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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