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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Oct 20. 2022

28. 치밀하고도 계획적이고도 집요하고 끈질기게


  좀돌팥의 전술은 치밀하고도 계획적이다. 집요하고 끈질기기도 하다. 게다가 씨를 뿌려 놓은 장소도 난감한 곳이다. 복병처럼 숨어 뒤통수를 친 그 장소는 바로 가시나무 자리였던 것이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 국방색 토시를 끼고 코팅이 된 장갑을 끼고 나왔다.

  숨어서 전력을 키워온 좀돌팥은 기세 등등했다. 가시나무 안에서 자라고 있으니 덤비려면 덤벼 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웬만큼의 전략이 있다. 가시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좀돌팥을 세 군데나 뽑은 경험이 있으니.

  일단은 가시나무를 덮고 있는 좀돌팥 덩굴을 벗겨 내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뿌리들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좀돌팥 잎들은 길게 식재된 가시나무들 중간쯤을 뒤덮고 있었다. 가시나무를 뒤덮고 있는 줄기들을 뜯어내자 좀돌팥 잎이 소복하게 쌓였다.  

  옆에다 치우고 쪼그리고 앉았다. 가시나무 다리를 감고 있는 뿌리 쪽 줄기가 무척 굵었다. 며칠 비가 안 오는 동안 흙도 단단해졌으니 잡아당기면 저항하는 힘이 강하다.

  “아얏!”

  자기를 도와주는지도 모르고 가시가 나를 찌른다. 그동안 덮여 있던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장갑에 가시 몇 개가 박혔다. 가시나무 사이사이 죽은 것들이 많아 좀돌팥 줄기를 뽑아 올리면 죽은 가지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달려 나왔다.

  가시에 찔린 아픔보다 목덜미가 간질간질한 게 더 괴롭다.

  모기약을 챙기지 않고 나온 것이다. 모기에 물려 가며 한 시간이 넘게 조심스럽게 줄기를 잡아 뿌리까지 뽑아냈지만, 가시나무 중앙에 뿌리를 내린 것들이 많아 아무래도 소탕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무성한 것을 뽑아내면 빈자리가 생겨 상대의 전술을 들여다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줄기가 어디서 뻗어 나왔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가시를 한쪽으로 밀어내면서 덜 찔리고 뽑아낼 수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

  모기가 늘 좀돌팥의 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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