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서진 Oct 20. 2022

28. 치밀하고도 계획적이고도 집요하고 끈질기게


  좀돌팥의 전술은 치밀하고도 계획적이다. 집요하고 끈질기기도 하다. 게다가 씨를 뿌려 놓은 장소도 난감한 곳이다. 복병처럼 숨어 뒤통수를 친 그 장소는 바로 가시나무 자리였던 것이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 국방색 토시를 끼고 코팅이 된 장갑을 끼고 나왔다.

  숨어서 전력을 키워온 좀돌팥은 기세 등등했다. 가시나무 안에서 자라고 있으니 덤비려면 덤벼 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웬만큼의 전략이 있다. 가시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좀돌팥을 세 군데나 뽑은 경험이 있으니.

  일단은 가시나무를 덮고 있는 좀돌팥 덩굴을 벗겨 내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뿌리들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좀돌팥 잎들은 길게 식재된 가시나무들 중간쯤을 뒤덮고 있었다. 가시나무를 뒤덮고 있는 줄기들을 뜯어내자 좀돌팥 잎이 소복하게 쌓였다.  

  옆에다 치우고 쪼그리고 앉았다. 가시나무 다리를 감고 있는 뿌리 쪽 줄기가 무척 굵었다. 며칠 비가 안 오는 동안 흙도 단단해졌으니 잡아당기면 저항하는 힘이 강하다.

  “아얏!”

  자기를 도와주는지도 모르고 가시가 나를 찌른다. 그동안 덮여 있던 상처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장갑에 가시 몇 개가 박혔다. 가시나무 사이사이 죽은 것들이 많아 좀돌팥 줄기를 뽑아 올리면 죽은 가지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달려 나왔다.

  가시에 찔린 아픔보다 목덜미가 간질간질한 게 더 괴롭다.

  모기약을 챙기지 않고 나온 것이다. 모기에 물려 가며 한 시간이 넘게 조심스럽게 줄기를 잡아 뿌리까지 뽑아냈지만, 가시나무 중앙에 뿌리를 내린 것들이 많아 아무래도 소탕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무성한 것을 뽑아내면 빈자리가 생겨 상대의 전술을 들여다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줄기가 어디서 뻗어 나왔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가시를 한쪽으로 밀어내면서 덜 찔리고 뽑아낼 수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작전상 후퇴다.

  모기가 늘 좀돌팥의 아군이다.                     

이전 27화 27. 복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