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줌 시 13화

욕 저축

by 박서진


짠순이 친구에게 받았다며

언니가 주고 간 마늘 반접

할 일도 없어 신문지를 깔고

쪼그리고 앉았지

세 통째 까는데

손끝에서가 아닌

가슴속에서 이글이글 불이 타오르더라

마늘 한 통속에

아기 손톱만한 마늘쪽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니

버리기는 아깝고

까기도 힘들어

눈도 맵고

손톱도 아려

무릎을 짚고 서니

관절 꺾이는 소리 우드득

얻은 건 마늘이 아니라 새로운 욕

“에잇! 마늘 삼십 쪽 같은 Χ”

미리 욕을 저축 해 놓았으니

누구든지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라



*********************

절약왕, 친정 엄마께서 말씀하시기를

"마늘은 큰 걸 사라."

6쪽 마늘을 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 말씀의 의미를 따개비 같은 마늘을 까면서 알았다.

아흐-

계륵 같은 마늘!

까면서도 계속 짜증이 올라왔던 마늘!

결국 나는 새로운 욕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이런 30쪽 마늘 같은X"

냄새나고 눈도 맵고 손톱까지 아린 독한 욕을 저축해 놓았으니

부디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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