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줌 시 15화

다 지나간다

by 박서진


발이 붕 떠있다

중심을 못 잡고 허청허청

허공을 딛듯 휘청거렸다

사업 실패로 실직한 남편

쌓인 빚

밥그릇이 커진 네 명의 자식들

등줄기에 쏟아지는 봄 햇살은 눈치 없이

왜 이리 따사롭고 평화로운가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흔드는 바람조차

나를 밀치고 가는 반칙 같았다

내가 언제나 웃을 수 있을까?

웃는 날이 오기나 하려나?

딱 뒤집혔으면 좋았을 세상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심하게 온 편두통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함에

하루하루 발을 내딛는 것이

아슬아슬 두려웠다


나를 일으킨 건 밑바닥

까마득한 절벽 끝에서 숨을 삼키고

걷어 부쳤던 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했지만

너무 많은 비가 온 뒤라

땅은 쉬 굳지 않았지만

남편도, 나도 숨까지 아껴 쉬며

부지런히 뛰어 넘긴 하루하루

땅이 굳어 가는 동안 삶의 근육도 단단해졌다

그사이 네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다

견디니

다 지나갔다



*****************************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다.

위기가 없이 지나가면 좋겠지만

위기는 일찍 오기도 하고 늦게 오기도 한다.

내 인생에는 처음부터 복선이 깔려 있었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에 셋째 딸로 태어난 데다

네 장 그림 맞추기 게임에 빠져 모든 재산을 잃은 아버지의 전력으로

중학교도 못 갔다.

결혼을 해서는 아들과 세 쌍둥이를 낳았고 남편은 사업을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이겨냈다. 나는, 나를 사랑했고 가족을 사랑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힘든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힘든 일을 겪었으니 그 마음을 정말 잘 안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시간은 오늘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즈음은 백세시대이니

하루하루를 잘 견디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오게 된다.

한때 수렁에 빠졌던 나는 지금

웃는 얼굴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위기의 상황도 절정이 지나면 누그러진다.

그러면 해피엔딩이 기다린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내시라!


keyword
이전 14화갱년기를 겪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