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줌 시 17화

흙손

by 박서진


금산사 천변 길

넓적한 바위와 쉼 없이 조잘거리는 순한 물

노란 나비 한 쌍

모시 잠자리 한 쌍

넘이사 보든 말든 서로를 희롱하는데

물속을 노니는

피라미, 모래무지들을 보며 나는, 왜

니들은 팔자가 좋다

산자락 물자락

태생이 좋으니

평생 걱정 없이 살것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 은수저를 들고

누구는 바스러지는 흙 수저를 들었으니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끈기 있게 견디면

흙수저가 도자기라도 될까

맑은 물에서 유유자적

허공을 노닐고, 물속을 헤엄치는 것들을 보니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는 우리네 아들, 딸들이 생각나,

흙손을 탁탁 털고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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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커가면 모든 것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사물을 보아도 사람을 보아도 달리 보인다.

참한 아가씨를 보면 며느리감 삼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사윗감 삼으면 좋겠다 생각도 한다.

자식들에게 해준 것이 없으니 늘 미안한 마음도 있다.

산자락 물자락 좋은 곳에서 노니는 나비, 잠자리, 물고기들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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