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줌 시 18화

왕관의 무게

by 박서진


글이 잘 써질까 하고

좋은 샤프를 샀지

들어보니 묵직해

씨알 굵은 생각이 나올 것도 같았지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했지만

안 써지는 핑계를 막으려

맘먹고 산 비싼 샤프


생각도 비싸지려나

글도 고급져지려나

베스트셀러가 나와 제 값을 하려나 했는데

글자를 쓰기도 전에 왕관을 쓴 것처럼

어깨가 눌리더니

변비에 걸린 것처럼

글길이 꽉 막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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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오래 쓰다 보니

사람 인연, 시절 인연처럼 글도

인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꾸준히 습작이나 창작을 했을 경우이지만.

지금도 나는 샤프 욕심이 많아서 좋은 것을 보면

자꾸 사고 싶다.

그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든든하다.

하지만 단연코 말하건대 글은 앉아서 써야 나온다.

그걸 알면서도 또 사고 싶은 게 샤프이니

아마도 샤프 중독에 걸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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