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써질까 하고
좋은 샤프를 샀지
들어보니 묵직해
씨알 굵은 생각이 나올 것도 같았지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했지만
안 써지는 핑계를 막으려
맘먹고 산 비싼 샤프
생각도 비싸지려나
글도 고급져지려나
베스트셀러가 나와 제 값을 하려나 했는데
글자를 쓰기도 전에 왕관을 쓴 것처럼
어깨가 눌리더니
변비에 걸린 것처럼
글길이 꽉 막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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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오래 쓰다 보니
사람 인연, 시절 인연처럼 글도
인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꾸준히 습작이나 창작을 했을 경우이지만.
지금도 나는 샤프 욕심이 많아서 좋은 것을 보면
자꾸 사고 싶다.
그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든든하다.
하지만 단연코 말하건대 글은 앉아서 써야 나온다.
그걸 알면서도 또 사고 싶은 게 샤프이니
아마도 샤프 중독에 걸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