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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오즈 Feb 23. 2022

자기 주도 학습, 그게 나!

고등학교 01 | 외고 입학 준비부터 입학식까지


    터무니없는 용기로 외고에 합격한 나는 이유 모를 2번의 입학시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합격증 배부일, 학교 시청각실에 모인 입학생들은 합격증과 함께 두툼한 책자, 과제 목록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책자를 넘겨보니 국어, 수학, 영어 문제가 보인다. 3월 입학 전에 제출하는 과제들과 풀어야 할 문제집을 들고,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 텅 비어버린 독서실로 향했다. 


    아침 9시에 독서실 의자에서,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략 10시간 정도 앉아 공부만 했다. 독서실 옆자리에는 같은 외고 2학년인 친언니가 앉아 곧 다가오는 3학년 수능 모의고사를 공부했다. 중학교 마지막 축제, 졸업식 당일까지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 공부만 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외고 입학 직전까지 다닌 영어학원과 3개월 간의 수학 과외는 이미 내 일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고3이 된 언니의 문제집과 인터넷 강의 비용을 위한 나 따름의 대비였다. 이 말은 즉, 나에게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게 학원비보다 가치가 적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외고 영어책은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로 가득했다. 중학교 때부터 수능 영어 단어책 여러 권을 닳을 때까지 외웠고, 이런 공부방법은 외고에서 배울 내신 영어 공부에 적합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필요한 교재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티브이 속 한 대입 강사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했던 언니는 사놓기만 하고 안 푼 문제집이 더 많다고 수능이 끝나고 나에게 고백했다. 이를 들은 나는 '고등학생들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문제집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쓰러운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니가 풀지 않은 문제집은 모두 내 것이 되었다.)


    두 번째는 혼자 공부하는 두려움이었다. 수학 선행이 거의 되지 않은 나는 이제 모든 것을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공포감에 휩싸였으며, 이는 그 유명한 '자기 주도 학습'을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당시 단기간의 수학 과외를 받은 나는 고작 수학 1을 마친 상황이었으며, 당시 문과의 수학 교육과정에는 수학 1, 수학 2, 미적분, 확률과 통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선행학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두려움은 학교 내 전자기기 반입 금지 규정과 주말 퇴사에서 비롯되었다. 과제가 많다고 소문난 학교에 진학하면 주말 내도록 컴퓨터를 붙잡고 살아야 일요일 입사 전까지 모든 과제를 겨우 끝낼 수 있는 마당에, 그 귀중한 시간을 수학학원에 쏟게 되면 모든 게 다 진척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학원으로 따라가기에는 혼자 공부하는 태도를 기를 수 없으며, 아주 오랫동안 학원에 질질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습 시간은 13년 울산 토박이도 처음 들어본 산 중턱에 있는 기숙사 자습실에서 혼자 보내야 했기에 주말 학원에 수학 공부 전부를 의지하는 건 여러모로 손해였다.


    그렇게 외고에 합격하자마자 독서실에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에 수학 기본 문제집을 풀었다. 풀이과정을 하나씩 적으면서 풀고 외우다 보니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외고 입학 전까지 미적분 분량의 절반까지 풀었다.


    조금은 생략된 이야기지만 국어와 영어 과제도 주어졌는데, 거의 수학 공부의 뒷전이었다. 국어는 근현대 소설의 독후감 작성, 영어의 경우 기본 문법 정리 과제가 주어졌다. 더불어 전공어 과제도 주어졌다. 일본어과로 진학한 나는 그렇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외웠다.


    그렇게 1차 입학시험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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