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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09. 2022

난 어떻게 살아갈까?

소확행

나무처럼 살아갈까?


어르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말씀 좀 여쭈어도 될까요?

보호수 느티나무 약 600년

나무둘레 170센티

소재지: 아산시 외암마을

2022년 3월 6일 오후

600년의 내공을 배우러 그곳에

남편과 나는 나란히 서 있었다.

600년 느티나무 외암 마을


오랜 세월 모진 풍파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내공

자연에게 온몸을 맡기고

외암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보호수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하늘을 이불 삼아

치솟은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600년을 지내고

살아서 그 자리를 지킨다.


나무처럼 살고 싶다.

무던하고 강직하게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켜낸

느티나무처럼... 말이다.

봄빛은 따스했지만 아직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건강 한방차

따스한 대추 쌍화차를 마시며

600년의 내공을 마음에 품었다.

서로에게 마음의 보약을

나누듯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연통 있는 난로 옆에 마주 앉았다.


봄햇살 속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움터 오르듯  한파를

이겨낸 우리에게 봄날은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다처럼 살아갈까?


어르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그곳으로 가도 될까요?

아산만 방조제? 평택호

충남 아산과 평택을 연결하는 다리가

보이는 모래톱 공원에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걷는다.

2022년 3월 7일 오전 

바다의 넓고 깊은 삶을 배우러 왔다.

별처럼 빛나는 날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사랑했다.

화려하게 떠오르는 큰 별 말이다.

작은 별의 삶을 시시해하며

그렇게 세상 속에서 땀을 흘렸다.


분명 따뜻한 봄바람이었는데...

겨울이 남겨놓은

칼바람이 생각보다 추웠다.


코시국에 월요일이라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인적이 드물고 조용했다.

30년을 함께 달려온 우리는

이제야 여유롭다. 아프고 나니...

세상 근심 끌어안고 쉴 줄 모르는 남편과

바다를 보러 오게 될 줄이야~~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하구려...'

나도 덕분에 쉬어간다.


바다처럼 넓고 깊게 생각하며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

차갑지만 따스하게 늘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고, 품어주며 그렇게 말이다.


작은 파도에 숨을 헉헉 몰아쉬며

죽을 만큼 힘들어하지 말라고

바다는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파도가 있어야 바다라고...

언제든 이곳으로 달려오라고...

난 너를 사랑한다고...

바다가 부른다 아이러브유






풀꽃처럼 살아갈까?


집 근처 도서관 앞 산책로에

 나들이를 갔다. 평일에 각자의 일이

많았던 우리가 지금 함께 있다.


아직 시력이 회복되지 않은 남편에게

책 대신 산책을 하고 따스한 차 한잔을

주기 위해서 선택한 곳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풀꽃들은

어느새 앙증맞고 예쁜 꽃을

많이도 피워 놓았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 기억났다.

"너도 그렇다"


2022년 3월 8일 풀꽃

낙엽이 바싹 말라 거름 되기 직전

풀꽃은 메마른 대지를 뚫고

보랏빛 꽃망울을 터트렸다.

양지바른 잔디 위에

보랏빛 풀꽃에게 말했다.


"참! 대단하구나!"


이름 모를 풀꽃들이 기지개를 켜고

잠자던 새싹들이 하나둘

꿈틀거리는 봄이 왔다.

눈바람을 이기고 어느 틈에

싹을 틔우고 냉이꽃을 세상에

내놓았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3월7일 냉이꽃

가 너를 찾아냈구나! 기쁨이었다.


남몰래 숨어서 봄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내었으리

작은 풀꽃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배운다.




나는 어떻게 살까?


마라톤처럼 인생도 천천히 길게

느리게 뛰어가한다던 어르신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전력 질주하며 날을 세우고

앞만 보며 내 멋대로 살았다.

이제 한 박자 쉬어가며

세상을 바라본다.


생각한 데로 살아지지 않아서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아서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살만한 세상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소소한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이

확실히 다가왔다.멈추어보니...

다육이처럼 동글동글 자라고

홀로 떨어져도 뿌리를 내리고

자신만의 모습과 색깔을 내며 소박하게

주어진 빛을 받으며 어디서든

그렇게 꽃을 피워내는 삶


다육이를 가득 품은

고무신 한쌍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 가득 따뜻한 봄날

행복도, 사랑도, 기쁨도, 희망도

다육이처럼 알알이 자라날 것이다.

3월8일 검정고무신 다육이

작은 검정고무신안에 빼곡하게

채워진 다육이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았다.

다육이를 집으로 들였다.


대통령 선거일(3월9일)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작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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