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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an 03. 2022

괜찮아~놀라지 마~

2022년 새해의 일상

2022년 0시... 

가는 해를 붙잡고 싶었지만

오는 해를 그 누가 막으리오

KBS 연기대상이 끝날 무렵

카운팅이 되고 있었고

새해는 폭죽과 함께

멋지게 시작되었다.

티브이를 찍었다!!

오전 6시 30분

새해맞이 첫 알람이 울렸다.

어젯밤 너무 피곤했다.

알람을 끄고 좀 더 잤다.

해돋이를 보려던 야심 찬

계획은 몇 시간 만에

그렇게 무너졌다.

 

7시 30분

해돋이 광경과 사진들이

강원도, 부산, 서울 이곳저곳에서

카톡 카톡 알람이 오고 있었다.


새해맞이 소원도 빌고 좋은 일 가득하라고

덕담을 나누며 새해 안부와 안녕을 주고

받느라 아침 떡국도 패스하고 수다 톡으로

즐겁게 새해 아침을 열었다. 그때까지...


8시 30분

불이야 불. 불났어 불...

다급한 전화 한 통에 놀랐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연기가...

찬바람에 옆으로 번지며

기차모양 띠를 둘렀다.


아산 인근 보일러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은

삽시간에 큰 불로 이어졌고

헬기까지 동원되어 난리가 났다.

멀리 보이는 곳이지만

새해 해돋이로 부풀었던

마음의 풍선이 펑! 터졌다.


9시 20분

핸드폰 안전 문자 알람이 왔다.

불로 인한 연기로 공기가

좋지 않으니 안전하게 집에 있으란다.

새해 첫날,

검은 호랑이 기운이 너무 무섭게

나의 마음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놀 란마음을 쓸어내렸다.


해맞이 동영상을 받으며

집콕을 하게 되었다.

3시간 ~4시간 후 다시 알람이 왔다.

불은 진정되었고, 외출이 가능하다고

이미 나갈 마음을 접고

떡국 대신 고구마로 아침 한 끼를 때웠다.


'그래, 나보다 더 놀랜 사람들이 있을 거야~'


새해, 뭔가 좋은 일을 기대했지만...

차분하게 선물 받은 책을 읽으며

의미 있는 새해를 맞이 했다.



오후 5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모자에

마스크에 완전무장을 하고

동네 시찰에 나섰다.

정말 괜찮아졌는지?

용기를 내어 한걸음 한걸음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아본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이라 이미 풍경도  

허허벌판인데... 오전에

있었던 화재로 동네는 조용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지킨다.

걷고  또 걸으며 곳곳을 살핀다.

아직 뿌옇고 매캐한 냄새가 남아있지만

난 곡교천을 향해 걸어갔다.

곡교천 노을 감상에 좋은 곳 그러나 오늘은...(1월 1일)


5시 40분

하늘에 새떼와 하천에

철새들이 영하의 날씨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흐르는 물이라 얼지는 않았다.

철새들은 차가운 물 위에서

자고, 헤엄치고, 멈추고

잘 살아가고 있었다.

 

선명하지 않은 저녁

어스름한 노을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마음이

사르르 눈 녹듯 사라졌다.

하늘 위로 훨훨 떼 지어 나는 새들과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곡교천을 지키는 철새들...

겨울나무


찬바람에 잎사귀를 전부 내어준

쓸쓸한 듯 서있던 겨울나무에게

위로를 받고 돌아오는 길

어두워진 굴다리 통로를

보랏빛으로 밝혀 두었다.

이제 괜찮아~~ 안심이다.


노을과 동행한 새해 첫날

어쩌면 힘들게 세워놓은 계획들과

소망과 희망들을 조금 천천히

출발하라는 어흥 어흥 흑 호랑이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괜찮아... 놀래지 마....

새해 첫날의 아쉬움 가득한 소식 덕분에

운동 겸 산책을 다녀왔고,

집콕하며 책을 읽고

새해 소망과 소원들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후 6시 50분

평화로운 마음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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