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네일을 하기 위해 폭풍 검색을 한다. 꽃, 나뭇잎, 새, 나비 큐빗으로 반짝반짝 화려하게? 기하하적 무늬 자개 모양, 호피 모양... 아니 아니 뭔가 이번엔 특별하게 해보고 싶었다.
백지에 손을 그리고 구상하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골프에 퐁당 빠진 나는 오른손, 왼손 손톱을 골프공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는 소중하니까~스마일도 그려보고 혼자서 낙서하듯 입가에 미소를 한 모금 머금었다.
골프 치러 갈까?
스크린이든 필드든 골프에 골 소리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좋아라 하는 내가 신기하다. 땀내는 운동, 스포츠 다다 싫어하는 1인이었다. 땀을 내며 공 하나를 치기 위해 18홀을 걸어 다니다니...쳐도 쳐도 안될 듯 잔디를 파도 파도 안될 듯하더니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골퍼라면 한 번쯤 홀인원에 욕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행운은 그리 쉽지 않다. 골프선수들도 평생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저 꿈만 꿀뿐이다. 그럼에도 쉽게 행운이 오는 사람도 있긴 하다.
왼손 엄지손엔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그리고, 오른손 엄지손엔 깃발이 있는 홀에 가까이 붙은 공을 그린다.
열정의 빨간색은 검지에, 아이 러브골프는 오른손 검지에... 홀인원의 이니셜 H는 중앙에 스마일 공도 그린 필드 초록 잔디로 마무리하면 신나는 골프 네일이 완성될듯하다.
내가 직접 그리고 도안한 것
음~~ 좋다. 아이리스 H까지 깔끔하게 ㅎㅎ
'홀인원 나도 하고 싶다. 행운이여 네게 오라"
과연 어떻게 될까? 부지런히 약속시간에 맞춰 나선길 벌써 즐겁다. 발걸음도 가볍다. 콧노래가 절로 난다. 그림을 보여주니 직원도 주인도 "어머나, 이런 손님 처음이에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1시간 넘도록 공을 들여 드디어 완성했다. 네 잎 클로버가 살짝 아쉽지만 그런대로 만족이다. 버디를 잡으려 노력하는 불타는 의지를 내 손톱에 그렸다. 그리고 행운의 홀인원까지 희망을 움켜쥘 수 있었다.
애쓰고 수고한 손에게 조금 더 영혼을 불어넣어서 골프 홀인원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날 위해 지금까지 많은 수고를 했지만 한 번만 더 파이팅 해주면 좋겠다.
공부하기, 글씨 쓰기, 밥하기, 요리하기, 피아노 치기, 그림 그리기, 설거지 하기, 바느질하기, 머리 빗기, 가위질하기, 모자 쓰기, 매 맞기, 등 긁어주기 코딱지 파기, 화장하기,
그 많은 것들을 불평 없이 해낸 손에게 골프 치기까지 시키며 고생을 많이도 시켰다.그러니 이제라도 가끔 이쁘게 대접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말이다.
홀인원에 소원을 담은 골프 네일아트(2022년 7월)
소나기와 햇빛이 오고 가던 여름날 나는 손톱에 네일 아트를 하고 스크린으로 필드로 부지런히 홀인원을 하기 위해 바쁘게 길을 나섰다.연습 또 연습을 하고, 필드에 가서 행운을 잡으려 했지만 욕심이 또또 과했나 보다?
'행운의 여신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도무지 응답이 없다.
골프는 그때그때 다르다. 그게 매력이다. 잘 쳐질 때와 영 안쳐질 때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에 따라 공이 요술 공이 된다. 멘털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한 홀. 한 타로 역전을 할 수도 있고, 기적처럼 홀인원도 할 수 있는 거다.
화려한 외출은 그 후로 계속되었지만 홀인원의 행운은 손톱 네일이 벗겨질 때까지 하지 못했다. 한 달 동안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어 행복했노라고... 그 후로 나비를 그리고, 반짝이를 붙이면서도 홀인원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남편과 가까운 파쓰리 홀(9홀)에 다녀왔다. 하노이에서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에코파크 골프장이다. 거리가 짧고 노 케디, 노카트, 스스로 자기 채를 끌고 다니며 칠 수 있는 곳이다. 거리가 비교적 짧고 깃발이 있는 곳이 보일 정도로 샌드나 피칭으로 가능한 거리로 나들이를 갔다.
귀여운 골프채 이동수단
한국돈으로 1인당 3만 오천 원~4만 원선 가볍게 몸풀기로 어프러치 연습, 퍼터 연습이 가능했다. 질질 끌고 다니다가 핸드폰을 잔디밭에 떨어뜨려 잃어버릴 뻔 한 아찔했던 순간, 난 버디를 했다.
이런 곳이라면 충분히 홀인원도 가능할 것이라 만만하게 보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어쩔 꺼야~~"
이 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질질 나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공치러 가는 아이리스와 남편이 있다고 소문이 날까 봐 몰래 다녀왔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겨우 9홀이라 천만다행이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집에서 티브이만 보며 토요일을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바람도 초록 잔디도 하늘도 너무 좋았다.
건강이 좋아진 남편의 컨디션도 살피고 눈치껏 9홀을 잘 마무리했다. 남편이 나보다 구력이 있으니 훨씬 잘 치지만 홀인원은 못하고 버디만 겨우 두 개 했다. 참 만만해 보였지만 짧은 거리도 집중력이 필요함을 알았다.
우리는 잔디를 밟으며 하늘의 구름도 보고, 쉬엄쉬엄 쉬어가던 그날의 추억 하나를 만들고 돌아왔다.
에코파크 파쓰리홀
손톱을 골프로 도배를 해도 소용이 없다. 다만 기분 탓일까? 골프도 손톱 네일도 다다 필요 없고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쌀국수와 우연히 발견한 해바라기 동산에서 멋진 노을을 감상하며 아름답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홀인원의 행운을 따라다닌 날들 속에서 어쩌면 난 이미 행운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좋은 날들이 많이 모여져 슬픈 날들을 이겨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바라기동산 (베트남 에코파크 근처)
조금씩 홀인원의 소원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욕심 없이 힘을 빼고 연습을 꾸준히 하며 조금씩 한 타씩 줄어드는 골프가 드라이브 거리도, 아이언샷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퍼터 감도 살아나며 골프도 인생도 그렇게 즐기는 것임을 알았다.
2022년 10월 15일 오전 10시~
베트남 하노이에 오래된 동갑내기 친구와 매주 토요일 스크린을 쳤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 친구와 나는 부부동반으로 치기도 했고 여럿이 어울려 더운 날씨에 필드 대신 스크린을 택해 즐겼다.
"몸은 괜찮아? 오늘 뭐해?" 친구가 물었다.
코로나로 2주쯤 몸살이 나서 쉬고, 오래간만에 스크린에 갔다.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는 친구는 허리도 조금 아프고 기운도 없지만 나왔다며... 그저 즐기는 골프가 되어 얼굴 보러 나온 거였다.
"어디로 가지? "나에게 물었다.
"중국으로 갈까?" 아니 "그럼 어디 충청도로 갈까?" 아니 "그럼 어디?" 제주도로 가자!" "그럴까?" "레이크는 해저드가많으니 패스 벨리는 언덕이니 패스 파인으로 가자" 둘이서 옥신각신 고르고 골라 선택한 곳은 바로
제주도 SG 라온 파인이었다.
투투유(아이리스 골퍼 4년 차) 옥탑방꼰메오( 친구 골퍼 10년 차)는 라운딩을 시작했다. 투유 (너를 위해)꼰메오( 벳남어로 고양이 )는 스트린 닉네임이다. 친구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
두 번째 파쓰리 홀 내가 먼저 쳤다. 그리고 친구가 신중하게 채를 잡았다. 8번채 휘두르자마자 그린에 떨어진 공이 스르르 홀에 빨려 들어가듯 홀인원 글씨와 함께 폭죽이 터지며 포토타임이 3분간 주어졌다.
"엄마야~~ 이게 뭔 일이여~"
친구와 손을 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비록 스크린이지만 친구도 나도 정신을 잃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인증숏을 남기며 3분의 시간을 신나게 즐기고 18홀을 겨우 마무리했다.
동반자 이름도 뜨고 우리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홀인원 영상
베트남 하노이 스크린에서 홀인원을 하면 상금이 주어진다. 홀인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재미로 넣은 작은 돈이 모아져 50프로를 홀인원 한 사람에게 나눠 주는 거다. 그동안 돈이 많이 모아져 친구는 상금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그날 게임비도 내주고, 맛있는 점심도 사주고, 직원들에게 피자 값도 기분 좋게 나눠 주었다. 난 친구에게 달달한 달고나 커피 한잔을 사주고 헤어졌다. 홀인원의 행운은 친구에게 먼저 주어졌다. 행운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기적처럼 오는 거였다. 행운은 동반자에게도 함께 왔다. ㅎㅎ
6년의 시간을 함께해오며 좋은 일도, 힘들었던 일도, 함께했던 친구가 멋진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서 정말 기쁘다. 홀인원의 행운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추억도 하나 추가했다.
투유~~ 행운은 너에게로난 그동안 이미 값진 행복을 주어 담았음을 그제야 알았다.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너도 나를 만난 건 행운일 거야 우리는 그날 누구보다 행복했다.
골프는 포기하지 않으면 , 힘을빼면, 집중하면, 꾸준히 연습하면, 즐기면 행복도 행운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