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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Sep 30. 2022

빗방울 모아 모아

자연을 바라보며....

투둑 투둑!

굵은 빗방울이 한바탕 세차게 내렸다.


 베트남 시골 타이빈 공장지대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잠시 후 비가 그친 시골길에 산책 나왔다. 더운 공기가 사라지고 공기가 상큼하다.


쓰레기로 버려졌을법한 플라스틱 통이 빗물받이 통으로 거듭나 작은 연잎을 키워내고 세찬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아서 동글동글 빗방울을 모아 두었다.


내 눈엔 구슬처럼 맑고 투명한 보석으로 보인다. 목걸이 만들어 걸어 보고 싶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난 이제야 볼 수 있는 시간 부자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살랑바람이 불어온다. 볼에 닿는 촉감이 좋다. 작은 잎에 모아둔 빗방울이 작은 떨림으로 작은 호흡을 하며 흔들린다.


너무 약해지지 말자! 세찬 소나기에 빗방울을 모아두는 작은 연잎처럼 그렇게 살아가자!


빗방울 모아 모아

누가 나를 이곳까지 불러 너를 만나게 한 걸까?


잡초더미 사이에서 홀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분홍빛깔 꽃과 마주했다. 그 영롱한 빛에 반했다. 홀로 피워내고 비바람에 아름다움을 맘껏 뿜 뿜 뽐내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온 걸까? 작고 여린 분홍 꽃잎에 빗방울을 모아 모아 두었다. 앙증맞고 여리지만 강한 너를 바라본다. 참 예쁘다. 내가 많이 늦지는 않았는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기까지...


너 닮은 예쁜 꽃 귀걸이 걸고 싶다. 7개의 꽃잎을 찍고 자세히 살펴보니 맨 아래쪽에 달팽이 친구가 빗물을 피해 너에게로 느릿느릿 가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타국까지 와서 이 흔한 자연을 바라보며 감동하고 있게 된 건지?? 글로 사진으로 남겨두며 기록하고 있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누고 싶어 난리다.


너무 기죽지 말자! 잡초 속에서 빛이 나는 자연미가 가장 아름다운 거니까...

꽃과 달팽이


 변화를 꿈꾸지만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망고나무 잎사귀는 새순일 때 연갈색 빛을 띠거나 연한 보랏빛이다. 연한 새잎을 달고 비를 맞으니 빗물에 풀이 죽었다. 조망 간 초록의 잎으로 변신을 꿈꾸며 잠잠히 기다린다.


작은 연못 왼쪽 귀퉁이에 작은 보라꽃이 숨죽여 피어있다. 거센 소나기에도 망고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한국엔 가을이 오고 있는데 베트남은 여전히 초록빛이 선명한 여름이다. 


변화는 꿈꾸되 변심은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변함이 없기를...

숨바꼭질 분홍꽃과 망고나무

시골 길가 나만의 놀이터엔 알 수 없는 

잡초들과 어린 새싹들이 비를 맞고 자란다.

이런 시간들이 행복하다.

촉촉이 비를 머금고 말이 없다.

불평도 불만도 투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겸허하게 자연을 받아들인다.

봉제 공장 안에서는 재봉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빗방울 모아 모아

초록초록빛 자연이

나에게 침묵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세찬 소나기를 견디어 내면 

푸릇푸릇 파릇파릇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언제나 조용하게 내 마음을 토닥인다.

툭툭

투두둑

빗방울이 시작되고

주룩주룩

주르륵

비가 내리고

빗방울이 물방울 되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주인공보다 배경 속 조연들이

마음에 남는다. 물받이 통, 달팽이,

망고나무 아래 왼쪽 꽃, 어린 새싹과 잡초들

구멍 난 잎사귀...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운

나의 삶을 닮아서인가?

자연 속에서 오늘도 나를 발견한다.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시월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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