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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22. 2022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너도 나만큼 힘들었구나!

7월의 반을 넘겼다. 산고의 고통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첫아이를 순산했었다.


열 달을 품어 7월의 초복과 함께 나는 드디어

엄마가 되었고 아기는 점점 자라 어른이 되었다.

엄마와 아들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상하게도 첫아이를 낳은 7월은 몸과 마음이

힘들다. 힘겨웠던 기억이 내 몸과 마음에 전해진다.

날씨가 쨍한데 내 마음엔 비가 오고 비가 그치고...


지나가던 길에 꽃가게 앞에 멈춰 꽃을 사 왔다.

그저 노란 꽃망울을 달고 있던 화분 하나

베트남 아줌마는 엄지 척을 하며 똗 똗 (최고)


집에 데려와 물을 주고 햇빛의 방향에 따라

화분을 돌려주며 선풍기도 틀어주고 연신

꽃에게 빠져있다 보니 7월의 반이 지나갔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많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너도 나처럼 젊음을

불사르고 있구나! 참 이쁘다! 그래 수고했다.

거실에서 꽃이 하나둘 계속 피어나고 있다.

금비


검색을 해보니 금비 (레인오브골드)이었다.

역시나 내 눈에 딱 걸려 우리 집까지 따라온

금비 너를 사랑해 주기로 한날부터 몸과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무료한 하루가 행복해졌다.




하노이 최고기온이 39도를 향하던 날

우연히 잭 플루트 씨를 수영장 앞에서 만났다.

그는 뜨거운 태양 아래 커다란 짐을 여러 개

메고 이고 땀을 뻘벌 흘리고 있었다.


20대 30대 치열하게 살았던 나를 보는 듯했다.

윽 ~~ 덥다 더워! 손선풍기를 틀고 지나쳤다.

알고 보니 잭프릇씨는 아파트 수호천사였다.


잭프릇씨는 수영장 앞에서 오늘도 나를 기다린다.

오고 가며 난 잭프릇씨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신기하고 호기심 가득했던 날들이 지나가고

매일매일 잭프릇씨를 나도 만나러 갔다.


알고 있나요? 잭프릇 씨

제가 당신을 바라보며 힘을 얻고 있어요

아파트 수영장 앞


오른쪽 왼쪽 뒤쪽 앞쪽 돌아가며 위아래로

훑어보며 연신 미소를 보내 주었다.

남들 다 시원하게 수영하고 노는 걸 보면서

자신은 태양과 맞서 커다란 열매를 맺었다.


그는 열대과일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잭프릇 (밋:벳남어)이었다.  

아파트 수영장 앞 잭프릇씨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큰 과일이

나무에...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내 것도 아닌데 내가 관리자가 되어 잭프릇씨를

만나러 간다. 나뭇잎은 그리 많지 않아 그늘은

되어주지 못한다. 아마도 큰 열매를 맺느라

나뭇잎은 적게 달고 있는 듯 보였다.




외모는 울퉁불퉁 험상궂게 생겼지만

속은 샛노란색으로 여리여리 쫄깃거리는 맛이다.

맛은 열대과일 몇 개를 합친 맛이라고 나 할까?


클래스가 남다른 잭프릇 씨

베트남으로 온 지 어연 6년 차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어 보긴 처음이다.

얼굴을 알고 지낸 건 3년 전이지만 알고 보니

잭프릇씨가 베트남 곳곳에서 보였다.


동남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과실수는 바나나,

망고, 아보카도, 그리고 두리안, 잭프릇, 자몽...

많지만 커다란 열매를 자랑하는 두리안과

잭프릇이 당연 눈길을 끈다.

마트에서 파는 잭프릇(밋)


잭프릇 과일은 고기처럼 찢어서 먹기에

채식주의자들은 살짝 고기대용 과일로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크기가 너무 커서 나눠서

소분하여 판매된다.과자로도 바삭하고 맛있다.


한 달 보름 전쯤

잭 플루트 씨를 페트병에 심었다.

세 개 중 하나가 싹이 텄다.

여리고 약한 이 줄기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수박처럼 커다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여린싹& 큰열매 나무


지금은 비록 약하고 여리지만 커다란 나무가 되듯

사람도 여리고 약한 모습으로 태어나

어른이 되어가고 열매를 맺어가는 것

사노라면 때로 힘겨울 때가 있다.

잭프릇나무의 기운을 받아

오늘도 파이팅!! 하길 바란다.

 

7월이 유난히 힘들었지만 금비와 잭프릇씨 만나

행복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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