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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25. 2023

바비산 꼭대기에서

자연이 주는 마음의 선물을 받다.

"반장"

"떠든 아이들 이름 적어 두고... "


당부를 하시고는 선생님은 아침 조례를 마치셨다. 그 말은 허공 속에 퍼질 뿐... 별 의미가 없다. 즉 이름 적는다고 안 떠들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칠판구석에 떠든 아이들 이름이 하나둘 늘어가고 청소당번은 2명인데 떠든 아이들이 추가된다. 수업이 끝날즈음 반장은 칠판지우개를 들고 떠든 아이들 이름을 지워 주겠다고 한다. 시끄럽던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진~ 짜! 야~호! 살았다. 살았어!


 이름이 지워지는 기쁨에 다시 시끄러워진 교실이

기억의 저편에서 아스라이 떠올랐다. 공부시간에 조용히 하기 , 교실에서 떠들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학창 시절 참새방앗간 같았던 교실  짹짹짹 무슨 말이 그리도 많았을까? 호호호 깔깔깔 웃음이 넘쳐나던

그때 그 시절 쉿!! 조용히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고

 바비산 국립공원에서  나는 아이가 되었다.




발견이란?
 남이 다 보는 것을 보면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계란을 길에 깨면 프라이가 될 만큼 뜨겁다.

오늘은 부부의 날이 아니던가?

"기념 산행이라도 할까?"

"아니요, 아니야, 아니거든, 진짜..."


완두콩 박힌 찹쌀 시루떡 두 개

물과 음료수, 그리고 닭다리 과자가

전부였던 주말 오후

에어컨을 틀고 집콕을 원했지만 남편을 따라

하노이근교 바비산으로 길을 떠났다.


헝클어진 머리를 찬물로 감으시고 곱게 빗어

꽈리를 틀어 올린 머리에 비녀를 꽂고 할머니는

 가끔 산에 있는 절로 기도를 가셨다.

9남매를 낳으셨던 할머니는 나뭇가지만큼이나

바람 잘날 없이 고된 삶을 사시고 떠났다.


내면의 평화와 가치로운 삶을 위해?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말을 조금 아껴야 했는데...

묵언수행을 하듯 산길을 조용히 올라갔다.

굽이굽이 인생길 같은 바비산길  

해발 1281미터란다.


시끄럽던 마음속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다.


어느 만큼 올라가니 바람이 차다.

대박 정말 대박이다. 찜통더위가 잠시 사라졌다.

어젯밤 잠못이루며 생각이 많았는데...

하룻밤 지나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바비산 국립공원



어릴 할머니댁 수돗가에서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면 콸콸콸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손이 얼얼했던 물처럼 바비산은 그날

구름이 에워싼 공기로 참으로 시원했다.


멋지다! 이런이런 장관이다.

가는 도중 사진사들이 커다란 망원경 같은

사진렌즈를 만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생태관광지로도 유명하고 벳남인들이

기도를 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난 구멍 뚫린 잎사귀에 꽂혔다.

창문을 내리고 사진사 흉내를 내었다.

벌레들에게 양보한 잎사귀들의 희생이

아름답다. 세상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살만 하다.


깊은 숲 속 아니고, 정글이다.

아니 완전 아마존 원시림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려고 입장료를

받았구나! 인정 인정 한다. 길은 좁았지만

꼬불꼬불 산길을 잘 정비했으니 도로비도

낼만하다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숨통이 트이고,

높은 산에 오르니 귀가 뻐끔뻐끔 열리고

가슴 한편에 체증이 내려가는 듯 시원했다.

노노노를 외치다가 산에 따라오길 잘했다.







삶이란?
 클로즈업을 하면 비극이요
롱숏에 담으면 희극이다.

-찰리채플린-


우~~~ 아  감탄사가 절로 난다.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로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고 올라 바비산 정상 주차장에 잘 도착했다.


바비산에서 기념사진(2023년)

구름이 산아래 모든 것들을 가렸다.

베트남 신화이야기가 있을 만큼 바비산은 멋졌다.

두 조각상이 멋스럽게  메시지를 준다.

'나에게 주는 마음의 선물'

글로 다 쓸 수 없는 그런 일들은  쉿!


남자 셋과 살다 보니 말이  많아졌다.

게다가 수업을 해야 하니 또 말이 길어졌고

가끔은 조용히 살고 싶지만...

우기고 따지느라 내 생각과 말은 거침없이

시곗바늘처럼 쉴 새 없이 말을 더 했다.


갑자기 오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 우리는 전망대 앞

작은 카페에서 신또 쏘아이 (망고스무디)

5000원 (4만 5 천동 2잔 9만 동)에  주문했다.


떡두 개를 풀어 점심 한 끼를 해결했다.

망고스무디의 달콤 시원한 맛에 행복하다.

어젯밤 잠 못 이룬 이유를 애써 말하고 싶지 않다.

쉿! 조용히 침묵하라는 신호를 받았으니

나를 내려놓기로 했다.

바비산 정상 카페에서


구름이 산등성이를 휘감아 돌면서

아름다운 산풍경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다.

늘 세상 속 볼거리들은 우연히 떠난 곳에서

해답을 찾아왔다. 오늘도 그렇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자연미

글로 다 풀어쓸 수 없는 번민과 생각들...

자신만의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누가 바꿔 줄 수도 없음을 알았다.

내가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는 수밖에...


말을 아껴야 한다.

말하는 데로 인생은 살아진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함을 바비산 정상에서 선물로 받아왔다.


           침묵            

-표도르 튜체프-


침묵하라

자신을 드러내지 말며 감추어라

........ 생략

어찌 마음이 자신을 표현하며

다른 이는 어찌 그것을 헤아리랴?

그가 당신의 삶을  알 수 있을까?

말로 뱉어낸 생각은 한낱 거짓

샘물을 휘저으면 흐려질 뿐이니

입술을 축인 뒤엔 침묵하리니...

....... 중략

그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라

그리고 침묵하라



말은 생각을 담기에 부족한 그릇이니

차라리 침묵하라고 한다. 사색과 생각에도

방해가 되므로.. 가끔은 나도그러고 싶다.




구름이 내려 앉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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